
4·27 남북정상회담 의전·경호·보도 문제를 논의하는 3차 실무회담이 2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다. 정상회담 직전 마지막 실무회담이어서 여러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전망이다. 당초 실무회담을 마무리한 뒤 양측 장관급 대표단이 만나는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23일에도 고위급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 의제 조율 고위급 회담 ‘생략’ 가능성
실무회담이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라면 고위급 회담은 ‘의제’를 다루는 테이블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서 논의할 내용, 합의할 방향을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3차 실무회담에서 사실상 모든 게 정리되면 굳이 회담 자체를 위한 고위급 회담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할 ‘합의문’ 초안이 이미 만들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호한 답변을 했다. ‘합의문 초안 도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2000년과 2007년 상황을 떠올려 보라.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의제를 조율하고 합의문이 먼저 만들어진 뒤 정상이 사인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진지한 구체적 협상이 오갔고 그 논의 내용을 현장에서 공동선언문이나 합의문 형식으로 담아냈다. 그런 전례도 참고하라”고 말했다.
남북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의전·경호·보도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5일 1차 실무회담은 양측의 상견례 성격이었고, 지난 18일 2차 실무회담에서는 남북 정상이 만나는 순간부터 생중계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3차 실무회담은 앞선 회담에서 논의한 토대 위에서 양측이 발전시켜 온 세부 시나리오를 확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의 정확한 개최 시간과 횟수, 오·만찬 형태, 이설주 여사 동행 여부, 의장대 사열과 공동기자회견 등에 대한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담장에 참석할 남측 공식수행원의 명단과 북측 공식수행원까지도 확정될 수 있다. 남북은 정상회담 사흘 전인 24일부터 판문점에서 각각 리허설을 진행한다. 추가 실무회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이날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향후 최종 시나리오가 짜일 가능성이 높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24일 판문점에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각 분과별 본격적인 리허설에 들어간다. 두 정상이 마주하게 될 회담장에서 최종 점검과 리허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전 마지막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한다. 정상회담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 판문점 정상회담, 1·2차 정상회담과 다른 점
4·27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2007년 2차 정상회담과 상당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장소’에 있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은 남한 대통령이 방북해 북한 지도자를 만났지만 이번에는 분단 이후 처음 북한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게 된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항공편과 육로를 이용해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정상회담은 1·2차 회담에 대한 북측의 답방 의미를 담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당일 평양에서 판문점 인근까지 이동한 후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 이에 청와대는 이번 회담의 명칭을 ‘4·27 남북정상회담’이 아닌 ‘판문점 정상회담’이라고 부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부인인 이설주 여사와 동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정상국가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최근 이설주의 존재를 부각시켜 왔다. 남측에서는 1차 정상회담에서 이희호 여사가, 2차 정상회담에서 권양숙 여사가 북한을 찾았지만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두 차례 모두 배우자를 대동하지 않았다. 이설주 여사가 동행할 경우 김정숙 여사도 동석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초의 남북 퍼스트레이디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이 모두 2박3일간 진행된 데 비해 이번 정상회담은 ‘당일치기'로 열린다. 1차 정상회담은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2차 정상회담은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렸다. 하루짜리 일정인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친교행사는 최대한 줄이고 핵심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실무 성격의 회담이 될 전망이다. 1차 정상회담에서 김 전 대통령은 만수대 의사당 방문, 환영공연 관람, 만경대 소년학생궁전 방문 등의 행사를 소화했으며 2차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남포 평화자동차 공장과 서해갑문·개성공단을 시찰했다.
1차 정상회담은 김 전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열렸으며 2차 정상회담은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불과 4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남북 정상회담을 맞이하게 됐다. 남은 임기가 길어 남북 정상회담의 수시 개최나 정례화 가능성이 높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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