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경제 병진 노선’ 5년 만에 전환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약속 정상회담 前 트럼프에게 통 큰 선물
명시적인 ‘핵 포기’ 발언은 없어 완전한 비핵화 의지 회의적 시각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집권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을 5년 만에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사실상 ‘핵 동결’에 해당하는 조치를 약속했다.
김정은이 천명한 노선 재조정은 북한이 핵 개발에 본격 착수한 1980년대 이후 30여년 만에 이뤄진 대내외 전략의 대전환으로, 남북 및 북·미 대화와 맞물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커다란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 전 선제적으로 미국에 통 큰 양보를 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반면 북한은 ‘핵 포기’ 언급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아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 밝힌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됐다”며 “평화 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갖추기 위해 허리띠를 조이며 분투해온 인민의 투쟁이 빛나게 결속(완료)됐다”고 밝혔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채택했던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의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핵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 그는 “핵 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됐고 운반타격 수단 개발 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돼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됐다”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으며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남측보다는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 그동안 미국은 북·미 대화 조건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동결을 공식화함으로써 미국 측에 대화 명분을 준 셈이다. IRBM은 주일미군 기지와 미국령 괌, ICBM은 미 본토를 겨냥한 무기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선제적으로 내민 IRBM·ICBM 발사 중단 카드를 거부하기 힘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2일 “북한이 핵실험과 IRBM·ICBM 발사 중단을 밝힌 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비핵화 범주를 은연중에 암시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내정자 방북 때 북·미 간 교감에 따라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북한의 진의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노동당 전원회의 발표가 비핵화 입장 표명보다는 핵무력 완성을 자축하는 성격이 더 크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특히 북한은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이 계속 주장해 왔던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바라던 것은 ‘핵 있는 평화’다. ICBM 등 일부를 포기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의 핵은 가지려는 속셈일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너무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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