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트마 바툴가(55) 몽골 대통령이 “‘몽골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원한다’는 의사를 북한과 미국에 외교채널을 통해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장소 중 한 곳으로 거론돼 왔지만, 몽골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미와 직접 접촉했다는 사실은 처음 공개됐다.
바툴가 대통령은 지난 14일과 15일에 걸쳐 몽골 울란바토르의 국회의사당 내 대통령 집무실과 개인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2차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북·미 정상회담과 몽골발전 방향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바툴가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국을 지향하는 몽골은 북·미 정상회담에 적합한 장소”라며 “회담 지원을 위한 준비도 다 돼 있다”고 말했다.
몽골은 지난달부터 북한과 미국 양국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비공식 접촉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북한 측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먼저 논의했고, 직후 미국 측과도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몽골은 최고지도자의 비행기 이동을 꺼리는 북한에 이상적인 장소다. 기차를 이용하면 러시아나 중국을 통해 육로로 몽골에 도착할 수 있다. 중국을 거칠 경우 기차 궤도 수정에 1∼2시간 정도가 필요하고, 러시아는 별다른 조치 없이 북한 기차가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몽골까지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몽골 울란바토르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 등 일부에서는 보안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몽골 측은 2011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몽골을 방문한 전례도 있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몽골의 제안에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몽골은 북·미 정상회담 유치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바툴가 대통령은 1990년 수교 이후 28년을 맞이한 한·몽골 관계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부국이지만, 원자재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해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한다”며 “한국 정부·기업이 몽골과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바툴가 대통령은 신도시와 경전철 등 건설 분야, 자원 가공·부가가치 창출 분야, 상품생산을 위한 제조업 분야에 한국 진출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한국 청년사업가의 몽골 진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국이 청년 사업가를 지원하는 공동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그는 “올 하반기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몽골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협력 확대 문제를 협의하고 싶다”며 “한국 청년사업가 몽골 진출을 위한 대통령직속협의체 추진 문제도 정상회담의 주요 안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스포츠와 관광, 의료 등 분야에서도 양국이 협력해 나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계스포츠 관련 한국의 투자 및 기술지원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바툴가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난 문 대통령에 대한 친근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좋은 시기와 힘든 시기를 모두 겪어서인지 경륜이 느껴졌다”며 “매우 멋진 사람이고 카리스마도 있지만,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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