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35년 만에 처음으로 상업 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첫 상영작은 미국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압둘라 금융지구 영화관에서 18일(현지시간) 밤 ‘블랙팬서’가 상영됐다. 사우디에는 1970년대까지 많은 영화관이 있었지만 보수적인 이슬람 정책이 강화되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차츰 영화 상영이 금지됐다. 영화는 반이슬람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이날 영화 상영은 미국 최대의 영화업체 AMC가 맡았다. 영화관에는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귀빈 등 남녀가 섞인 약 500명이 초청됐다. 일반인 상대 영화 상영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AMC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 애덤 에런은 “오늘은 AMC는 물론 사우디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부터 ‘비전 2030’으로 불리는 사회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20세기 사우디 왕조는 2가지 권력 기반을 두고 있었다. 막대한 ‘오일 머니’와 보수적인 무슬림 성직자들과의 연대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 사우디의 오일 머니는 국정을 운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졌다. 그리고 사우디 왕가의 젊은 지도자들에 대한 무슬림 성직자들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 적용을 완화하고 시민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여성 권리 증진에 힘쓰면서 여성의 자동차 운전과 축구 경기 관람을 허용했고, 부부가 이혼할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에 대한 친권을 우선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법안도 도입했다.

‘블랙 팬서’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흑인 어벤저스 영화다. 가상국가 와칸다의 왕자 티찰라가 희귀금속을 탈취하려는 위협에 맞서 조국의 운명을 걸고 전쟁에 나서는 영웅 이야기다. 왕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왕실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왕위 계승을 확정 지은 빈살만 왕세자의 모습과 비슷해 이번 개봉작으로 선정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AMC는 향후 3∼5년간 사우디 15개 도시에 40개 영화관을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다. 5∼10년 후에는 영화관 수를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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