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른 국가적인 재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엔 침묵하면서 세월호 참사만 유난”이라며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신을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삼풍백화점 사고와 세월호 참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18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산만언니’라는 필명으로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할게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제기되는 온갖 비난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람들 참 잔인하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내가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니까 세월호 참사와 뭐가 다른지, 세월호 참사를 우리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했다.
그는 “먼저 삼풍사고는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뤄졌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얼굴로 머리를 조아렸으며 피해 대책 본부가 빠르게 구성돼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내가 입원해 있던 역삼동의 작은 개인 병원까지 찾아 와 나를 위로했다”고 했다.
이어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는 사고의 책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로 수감되는 장면이 보도됐고 언론들은 저마다 삼풍백화점 사고 붕괴원인과 재발 방지에 대한 심층 보도를 성실히 해줬다. 사고 관련 보상금도 정부의 약속대로 사고 후 일 년 쯤 지나 입금 됐다”며 “덕분에 당시에 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4월 정부는 삼풍백화점 사건을 수습하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정부와 언론이 세월호 참사를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 축소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관련자에 대한 처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삼풍백화점 자리는 영구적으로 재건축을 불허하고 희생자 추모 공원을 세우자고 하던 언론들이 어쩐 일인지 세월호 참사 때는 경기가 어려우니 어서 잊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종용했다”며 “어버이 연합 등의 보수 단체에선 광화문에 나 앉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자식 팔아 돈벌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불행과 맞바꿀만한 보상금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생각보다 돈이 주는 위로가 오래가지 않는다”며 “당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그 돈이 그 후의 삶에 도움이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그 같은 일을 피하고 그 돈을 안 받을 수 있다면 내가 받은 보상금의 열배를 주고서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글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사고가 개인의 서사를 어떻게 틀어놓는지 대해 잘 모른다”며 “사고 이후로 나는 여태 불안장애로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물론 번번이 미수에 그쳤지만 지금껏 세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다”고 그간의 심적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나는 삼풍백화점 사고 때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풍백화점이 일어났던 1995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진상 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세월호는 기억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영원히 잊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에 부정적인 일부 여론에 대해선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건지, 정권을 교체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면 안 되는건지.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는지. 또 당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 순간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가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면 왜 안 되는 건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 차라리 침묵하자.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라고 했다.
전형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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