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후보 5곳’은 어디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장소로 5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구체적인 지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에서 거론돼온 후보지는 미국 워싱턴, 북한 평양, 한국 판문점·제주도, 몽골 울란바토르, 스웨덴, 중국, 러시아 등이었다.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은 늦어도 6월 초라는 시기와 북한의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가 설정된 상태에서 장소가 미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지 5곳을 언급한 것은 결정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보지 5곳에) 미국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다(No)”라고 했다. 북한과의 조율 과정에서 미국 워싱턴은 이미 제외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워싱턴 정상회담에 난색을 표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전용기가 워싱턴까지 바로 날아갈 수 없는 작은 기종이란 현실적 이유도 있다.
러시아는 최근 시리아 사태 등으로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어 후보군에 들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도 최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복원해가는 터라 중립적인 장소가 되기 어렵다. 남은 선택지는 평양, 판문점(또는 제주도), 몽골, 스웨덴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동남아와 유럽도 후보지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별로 거론되지 않았던 동남아가 5곳에 포함돼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동남아 여러 국가 중에는 베트남이 가장 유력하다. 사회주의 노선을 걸으며 북한과 교류해온 나라인 데다, 미국과 전쟁을 치른 뒤 평화협정을 체결한 곳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베트남을 방문해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며 관계 발전에 공을 들였다.
몽골은 울란바토르에 북한 대사관이 있다. 역시 사회주의 역사를 갖고 있어 북한과 외교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이면서 한국과 미국에도 우호적이다. 스웨덴은 미국이 대북 접촉 창구처럼 활용해온 터이고 최근 북미 간 1.5트랙 대화가 이곳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곳’은 평양, 몽골, 스웨덴, 베트남, 판문점일 가능성이 크다.
이중 한국 정부가 가장 희망하는 장소는 판문점이다.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곳이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동참해 남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한이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27일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논의되고 있음을 밝히면서 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6월 초나 그 이전에 열릴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매우 높은 수준의 직접 대화를 나눴다. 나는 이것이 좋은 의도와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해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잘되지 않을 경우 북한에 취해온 강경 압박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이 잘 안 풀려 우리가 회담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는 우리가 취해온 매우 강력한 이 길로 계속 나갈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 대화 국면에 대해 자신의 역할이 컸다고 자부했다. 그는 "그들(한국)은 우리, 특히 내가 없었더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너그럽게 인정했다"며 "평창올림픽은 실패하고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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