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공급 “과잉” vs “부족”… 같은 수치 정반대 해석

Է:2018-04-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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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도 재화다.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경제학 교과서는 말한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외에도 정부의 ‘보이는 손’이 큰 영향을 미치기에 부동산은 다른 재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사려는 이와 팔려는 이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수요-공급의 법칙은 이 시장에도 분명히 적용된다.

가격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내려가고 적으면 올라간다.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많은 이들이 공급량을 근거로 제시하고 과거 십수년 그래프를 분석하며 향후 수년간의 물량을 점검하는 건 가격 흐름을 추론해내기 위해서다. 시장의 주택공급량에는 여러 버전이 있을 수 없다. 올해 어느 지역에 집이 몇 채 들어선다는 수치는 하나뿐이다. 그런데 같은 수치를 놓고 사람들은 정반대 해석을 내놓곤 한다.

공급량 해석이 유독 상충하는 주택시장은 서울이다. 특히 강남권 주택공급량을 분석할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어떤 이는 서울이 현재 ‘공급 과잉’ 시장이어서 향후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이미 변곡점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다른 이는 서울이 ‘공급 부족’ 상태인데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 규제 등 공급 제한 정책으로 더욱 부족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래프가 두 개일 수 없는 하나의 시장. 서울의 주택공급은 과잉인가, 부족인가.

◆ “입주물량을 보라… 10년 평균치 웃돈다”

지난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물량은 약 7만5000호였다. 올해는 7만4000호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치와 10년 평균치를 모두 상회하고 있다. 서울의 10년 평균 입주물량은 6만2000호, 5년 평균은 7만2000호다. ‘공급 과잉’을 주장하는 쪽은 예년에 비해 적지 않은 규모의 새 집이 서울에 생기는 마당에 공급 부족을 말하는 건 근거가 없다고 본다.

강남 4구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좀 더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강남 4구의 최근 5년 평균 입주물량은 1만7000호였는데, 지난해 1만9000호로 늘었고 올해는 2만4000호가 새로 공급될 전망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차이는 확연하다.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 5년 평균 입주물량은 20만5000호인 데 비해 지난해는 28만6000호, 올해는 31만6000호로 예상된다.

서울의 분양물량은 지난해 급격히 늘었다. 2014년 3만3000호이던 게 2015년 4만6000호, 2016년 4만3000호에 이어 2017년 6만1000호로 급증했다. 아파트 건축에 통상 3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는 이 물량은 2020년 무렵 입주물량으로 전환된다. 최근 몇 년간 경험하지 못한 새 집 공급이 축적돼 가고 있다.

더욱이 공급 과잉론을 뒷받침하는 수요 측면의 통계도 존재한다. 서울에서 경기나 인천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2013년 이후 해마다 13만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 2~3년 사이 급등한 서울의 집값이 전출 행렬을 부채질했고 수도권의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도 한 몫을 했다. 서울 인구는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서울의 주택공급을 ‘과잉’이라 판단하는 이들은 집값 하락을 예상한다. 정부가 수요를 억누르는 대출 규제와 매매 제한 조치를 강도 높게 펴는 상황에서 이 정도 공급이 이뤄진다면 집값이 상승할 동력은 찾기 어렵다는 논리다.

◆ “입주만 공급인가?… 갈수록 증가하는 새 집 수요는?”

공급 부족론을 펴는 쪽은 과잉론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공급의 두 가지 루트를 말한다. 주택시장에서 공급은 새 집을 짓는 것과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본다. 새 집을 짓는 것은 3년가량 시간이 걸리기에 오히려 현재 시장에 더 밀접한 공급은 ‘기존 주택 매물’일 수 있다. 따라서 예년을 웃도는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있더라도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 거래 제한 등으로 매물 공급이 급감한 터라 전체적인 주택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또 인구 감소에 대해 이들은 주택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울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저출산 현상에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1인 가구, 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는 이미 4인 가구를 추월해 한국의 보편적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공급 부족을 주장하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전체 인구가 줄더라도 혼자 살거나 둘이 사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서 주택은 오히려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현상 역시 향후 10~20년 동안은 주택시장에서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할 거란 시각도 있다. 저출산 세대가 집을 사고파는 시장 참여자가 되려면 적어도 20대 후반까지 성장해 경제활동인구로 진입해야 하며, 그 전에는 잠재적 변수일 뿐 당장의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급 부족론은 여기에 ‘새 아파트 수요’를 더한다. 주거환경의 ‘질’을 중시하는 세태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확산됐다. 지역마다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기존 주택에 비해 월등히 높게 형성되고 있다. 미래 투자가치 못지않게 현재 삶의 질이 주거 선택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예년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의 신규 주택 공급으로는 이런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며 주택의 ‘질적 공급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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