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고 탑승객 12명이 다쳤다.
12일 제주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1분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 상공에서 13명이 탄 열기구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김모(55)씨가 숨졌다. 조종사는 얼굴과 허리 등에 큰 부상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2명은 찰과상 등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을 ‘돌풍에 의한 조종력 상실’로 추정했다. 갑자기 강풍이 불어 열기구가 예정된 장소에 닿지 못하고 급격히 착륙하는 과정에서 바람에 밀려 장애물과 추돌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열기구 안에 타고 있던 탑승객들은 튕겨져 나갔고, 조종사 김씨는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기구는 이날 오전 7시30분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에서 출발해 구좌읍에 위치한 송당목장 인근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열기구 관계자와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추락 원인에 대한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열기구는 ‘초경량 비행장치’다. 항공안전법은 비행체를 일반항공기, 경량항공기, 초경량 비행장치로 나누는데, 이중 열기구나 패러 글라이더, 낙하산 등이 초경량비행장치에 속한다.
열기구는 국내에도 몇 곳에서 설치돼 운행 중이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제주 열기구는 다른 장치들과는 다르다. 보통 국내에서 운행 중인 열기구는 계류장을 만들고 밧줄을 열기구와 연결한다. 따라서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바람에 대비하고 협소한 착륙 지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사고 열기구는 자유 비행식으로, 국내 최초 형태였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 중에 있지만 일각에서는 예상했던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주 열기구 사업은 오름열기구투어가 2015년부터 추진해온 관광사업이다. 안전 문제를 이유로 2년이 넘도록 사업이 표류됐었다. 제주지방항공청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세 차례나 사업을 불허한 바 있다.
특히 제주는 강풍이 잦고, 인근에 풍력발전기나 고압송전탑 등 인공장애물도 많아 우려가 더 컸다. 1999년 4월 제주에서 개최된 열기구 대회에서도 실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결국 열기구사업은 제주 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을 인정받으면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4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합리한 규제의 스나이퍼(저격수)에 마음의 큰 박수를 보낸다”면서 응원키도 했다.

현재 열기구의 등록은 각 지방항공청에서, 열기구의 안전관리는 항공안전기술원에서 맡는다. 사업용 열기구는 1년에 한 번씩, 비사업용 열기구는 2년에 1번씩 점검을 받는다. 항공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제주에서 사고가 난 열기구의 경우 자체 중량이 700㎏이고, 총중량 2491㎏까지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탑승 인원은 17명이다.
해당 열기구는 한국항공기술원으로부터 지난해 7월 안전검사를 받아 통과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열기구의 천으로 된 부분에 손상이 있는지, LP 연료통의 규격이나 제작연도가 적합한지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서류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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