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는 조금이라도 비난을 피해보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전화를 돌려 정시·수시 비율 논란이 불붙은 데다 수시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축소 방침이 공개되는 등 대입 개편안과 관련한 논란이 첨예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가교육회의, 16일 로드맵 발표
교육부가 최근 10여년의 정책 기조를 뒤집고 정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대학 사회에 퍼지자 대학들이 즉각 반응했다.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에 즉각적으로 영향이 나타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은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을 일부 확대했다. 고교 1학년이 대상인 2021학년도에도 정부가 “정시 비중이 너무 낮다”는 입장이어서 정시 확대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은 국가교육회의로 공이 넘어갔다. 국가교육회의가 숙의·공론화를 거쳐 대입제도 개편안을 다시 교육부에 제안하면 교육부가 이를 토대로 고교체제 개편과 고교학점제 등 교육 분야 국정과제를 반영해 ‘교육개혁 종합방안’을 오는 8월 말에 내놓는다.
국가교육회의는 오는 16일 공론화 계획과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워낙 논의할 내용이 많고 복잡해 제대로 공론화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교육부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대입은 원전 때처럼 단일한 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정하는 내용이 아니며 훨씬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다.
위원들의 전문성과 편향성도 문제다. 위원 중 입시전문가나 현직교사가 없어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의장을 포함해 민간 위원 가운데 교육계 보수 성향 인사가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육 현안을 담아낼 그릇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학종 신뢰도 높아질까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학생부 신뢰도 개선은 국민 1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의견을 듣고 정하는 정책숙려제로 넘겼다. 다만 대입 개편과 달리 시안을 내놨기 때문에 논의가 좁혀질 수 있다.
교육부의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시안)에 따르면 인적사항과 학적사항을 인적·학적사항으로 통합하고 부모정보는 없앤다. 수상경력은 사교육 유발과 학교 간 대회 수 격차 등을 고려해 삭제한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편법 기재를 포함해 모든 대회는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의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하던 방과후학교 활동은 적지 않도록 했다.
자율동아리 활동은 정규교육과정에 편성된 동아리 활동만 기재하고 소논문 활동도 수업 중 지도 가능한 과목에 한해 기록한다. 청소년단체 활동의 경우 교사의 관찰이 불가능한 학교 밖 청소년단체 활동을 적지 않으며 학교교육계획에 따른 청소년 단체 활동은 단체명만 개재한다.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상황은 현행대로 기재는 하되 대입자료로는 쓰지 못하게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은 기존 3000자에서 1700자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1000자에서 500자로 줄였다.
그러나 지역·학교·교사별로 존재하는 격차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복불복’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대학의 신뢰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하므로 이번 방안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 교육정책과 주요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당연직 위원 9명, 학계·교육계 위촉직 위원 11명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입시와 거리가 먼 장관들도 당연직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공희정 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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