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 ‘지켜줄게’ ‘위드 유’ 창문에 문구 붙이고 공론화
페이스북 계정 통해 확산
서울 노원구 A여고에서 일어난 미투(#MeToo) 운동의 주역은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창문에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문구를 붙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론화에 나섰다. 이들의 노력은 학교와 시교육청의 태도도 바꿔놓았다.
9일 등굣길에 찾아간 A여고 건물 창문에는 ‘미투! 지켜줄게’ ‘위드 유(with you)’ ‘위 캔 두 애니씽(we can do anything)’ 등의 문구가 여전히 적혀있었다.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이 이 학교를 찾아 교사 4명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직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들이었다.
학생들은 설문조사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지 않았다. 이 학교 한 재학생은 8일 SNS에 설문조사 당시 현장 상황 녹취록을 공개했다. 당시 학생들은 조사 목적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개인정보란에 이름을 적게 돼 있어 부담도 느꼈다. 학생들 사이에선 “차라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보하는 게 낫겠다”는 말도 나왔다.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학교 건물에 메모지를 이어 붙여 피해자 응원과 연대를 표현하는 문구를 만들었다. SNS 계정을 생성해 학교 상황을 공유하고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제보했다.
3학년 A양(17)은 “처음에는 선생님을 믿어보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곧 잘못이라고 생각해 메모지 붙이기 운동에 동참했다”며 “이 운동은 여성인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공론화를 막으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생들은 6일 학교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니 포스트잇을 떼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고 전했다. 3학년 조모(18)양도 “일부 나이 있으신 선생님들은 학교 명예를 해친다며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메모지를 떼기는커녕 더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졸업생들이 만든 ‘A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가 주축이 됐지만 재학생도 점차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관심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1학년 고모(16)양은 “처음엔 선배들이 주도했지만 우리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많은 친구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지지해달라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처음 의혹이 제기된 교사 4명 가운데 2명은 설문에서 가해 사실이 언급돼 교육청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은 설문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1명을 포함해 가해 교사 5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A여고 측도 9일 교내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청 설문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즉시 해당 교사 3명을 직위해제했다”고 알렸다. 설문조사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교사 1명은 이날 수업에 복귀했다.
일부 젊은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양은 “젊은 선생님들은 직접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페이스북에도 반성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택현 방극렬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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