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이 6일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 지난해 4월 17일 구속기소된 지 약 1년 만이다. 40년 지기 최순실(62)씨와의 법정 조우, 이불로 감싼 외출, 재판 보이콧 등 수인번호 503으로써 보낸 박 전 대통령의 1년을 4가지 장면으로 정리했다.
◆헝클어진 올림머리… 구치소로 간 박근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민간인’ 신분이 됐다. 같은달 2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았고, 단 엿새 만에 구속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3월30일 박 전 대통령은 구속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8시간40분이 넘는 조사를 받았다. 법원은 다음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유치시설에서 대기하던 박 전 대통령은 영장이 발부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구치소로 이동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화장실로 갔다. 직접 올림머리 고정에 쓴 머리핀을 뽑고 화장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검찰 차량 뒷좌석 가운데 자리에 앉아 이동해 오전 4시45분 서울구치소로 들어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초췌한 안색이 언론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다.
이후 검찰은 5차례에 걸쳐 구치소 방문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4월17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

◆40년 지기 최순실, 법정에서 만나다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은 지난해 5월23일 열렸다. 구속 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을 입고 구치소의 플라스틱 집게핀을 이용해 올림머리를 연출했다. 왼쪽 가슴에는 수형자 번호 ‘503’이 적혀 있었다.
재판정에 입장한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무덤덤한 표정으로 앞만 응시했다. 뒤이어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들어왔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두 사람이 조우한 건 처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최씨 역시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지 않았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무직입니다”라고 말했다. 법정 첫 일성(一聲)이었다. 이외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여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반면 최씨는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최씨는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박 대통령(박근혜)을 재판에 나오게 한 내가 죄인”이라며 울먹였다. 이후에도 최씨는 법정에서 대성통곡을 하거나 격분해 소리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발가락 때문에… 허리가 아파서…
박 전 대통령 재판 초반부는 주 4회로 진행되며 속도전을 냈다. 매번 온종일 열리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은 치열했다. 재판부의 절차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는 날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때때로 과열된 분위기로 인해 휴정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눈을 지그시 감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재판이 장시간 지속되면 피곤한 듯 졸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대통령은 발가락 통증을 이유로 세 차례 재판에 출석하지 않다 외래 진료를 받았다. 두꺼운 이불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감싼 채 병원 침대에 실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 문지방에 왼쪽 네 번째 발가락을 다쳤다고 했다.
8월에는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또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곳에선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당시 의료진은 노화에 따른 퇴행 증상 외에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진단했다.
뒤이어 11월 박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혈액 검사 등을 받았다. 의료진은 허리디스크 판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의 진료비 240만원은 유영하 변호사가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보복’ 주장하며 재판 보이콧…구치소서 두문불출
법원은 1심 구속 기간(6개월) 만료를 앞둔 10월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에서다.
박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크게 반발했다. 그는 ‘정치보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임기 내내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던 전직 대통령의 사상 초유의 사법 부정 발언이었다.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 7명은 총사퇴 카드를 꺼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나오지도,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심리 지연을 막기 위해 국선 변호인 5명을 선임했다. 재판은 ‘보이콧’ 선언 42일 만인 11월27일에야 재개됐다.
지난 2월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유기징역 최고형인 징역 30년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 박 전 대통령은 없었다.
6일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에도 박 전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운동 시간을 제외하고 10.08㎡ 크기의 독방에만 머물고 있다는 박 전 대통령은 일과 대부분을 독서에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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