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DNA 되살리자] “실패의 두려움 버리고 도전하는 청년 됐으면… ”

Է:2018-04-02 05:56
ϱ
ũ

⑩ ‘안성맞춤시장’에서 청년의 전통시장 입점 돕는 김도영씨

김도영씨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성 ‘안성맞춤시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마트 제공

청년몰 입점하는 청년 상인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노하우 전수
음식점·공방 등 13곳 창업 도와… 두 번째 청년몰 오픈 위해 도전
“무작정 창업하지 말고 자신 있는 분야를 개척해야”
이마트 노브랜드와 매장 나누는 화인마트 상생 실험도 성공적

‘청년 창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업종은 정보기술(IT)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들은 ‘청년 사업가’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반면 카페나 식당을 여는 청년 상인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기술과 능력이 있지만 창업 노하우가 없거나 수많은 자영업자에 밀려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갈 곳 없는 청년 상인과 활로 찾기가 시급한 전통시장. 절박한 마음들이 협업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경기도 안성의 ‘안성맞춤시장’이 대표적이다. 오랜 전통시장인 이곳은 청년 상인들이 입점한 ‘청년몰’이 들어서면서 10∼20대 젊은 층의 아지트가 됐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문을 열면서 젊은 주부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노브랜드 매장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희망장난감 놀이터’도 문을 열어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실패 두려움 딛는 게 가장 큰 과제

김도영(38)씨는 청년몰에 입점하는 청년 상인들에게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전수하며 창업을 돕는다. 청년몰에 들어선 청년 상인 대부분은 김씨의 도움으로 창업을 했다. 중국 음식점부터 인테리어 업체, 케이크 공방까지 13개 상점이 문을 열었다.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해 그는 기존 전통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김씨는 지난달 29일 “기존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업에서 탈피해 단순히 먹는 상점이 아닌 콘텐츠를 접목시킨 상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낮에 돈가스와 덮밥류를 파는 ‘탭하우스’는 밤이면 술과 안주를 판매하는 ‘뮤직 바’로 변신한다. 힙합 등 작곡활동을 하는 청년 상인 박수빈(27)씨의 경험을 살렸다. 아이스크림 가게 ‘콘-테이너’는 겨울이면 케이크 공방을 운영한다. 겨울에 매출이 떨어지는 아이스크림 장사의 약점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웠다. 청년 상인들끼리 협업하는 체제도 구축했다. 수제버거를 판매하는 ‘09버거’에 빵을 케이크 공방에서 제공하는 식이다.

안성맞춤시장의 청년몰은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수도 없이 만나본 김씨는 예상보다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성시에서 진행한 청년창업지원사업에서 선발된 청년 사업가 중 3팀이 선발되고 난 이후 창업을 하기도 전에 포기했다”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데도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안성맞춤시장에 가게를 낼 청년을 찾아다니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안성에서 나고 자랐더라도 서울로 떠나길 바랄 뿐 안성에서 터를 잡고 싶어 하는 청년들은 거의 없었다.

김씨는 그런 청년들을 일일이 만나며 설득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주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그 역시 30세부터 독립해 사업을 꾸리고 있는 청년 상인이다. 김씨는 “고민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실패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는 실패를 겪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에게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을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자기 자본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과 지원 정책이 많다”며 “청년을 위한 정책을 찾아서 사업에 도전하는 시도를 많이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전통시장에 주어지는 지원을 잘 활용하면 시장과 청년 상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두 번째 청년몰을 열기 위해 또 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안성맞춤시장 내 상가건물 2층에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상점을 여는 게 목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모집하는 청년몰 조성 사업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청년 상인이 들어오면 시장에 활력이 생긴다”며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작동하던 옛 시장의 모습이 청년 상인으로 인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성맞춤시장에 조성된 청년몰 상점 모습(위쪽)과 전통시장 내 화인마트 부지를 함께 쓰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화인마트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공간을 나눠 쓰면서 방문객이 절반 가량 늘었다. 이마트 제공

대기업과 골목상권 대결 구도는 ‘옛말’

이마트와 손을 잡은 것도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 이마트 노브랜드가 안성맞춤시장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김씨는 크게 반대했다. 기존 상인을 밀어내고 대기업 자본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닐까하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대안이 없던 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이마트와 손을 잡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공간을 나눠 쓰는 ‘화인마트’는 노브랜드가 들어오면서 하루 평균 방문객이 500여명에서 700∼800명으로 늘었다. 20∼40대 젊은 고객 비중도 30∼40% 증가했다.

화인마트를 운영하는 하정호(38)씨는 ‘바꾸지 않으면 망한다’는 심정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화인마트의 영업면적 중 3분의 1가량을 노브랜드가 임차해 영업장을 만들었다. 노브랜드는 화인마트가 부담하던 보증금과 임차료의 절반을 나눠 낸다. 상생을 위해 노브랜드에서는 신선식품과 국산 주류, 담배 등을 팔지 않는다.

이마트 CSR담당 김원기 과장은 “노브랜드 매장이 시장에서 하나의 콘텐츠 역할을 하고 있다”며 “노브랜드 매장에 들르려면 시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매장 근처에 있는 희망장난감 놀이터와 카페는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운영은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으로 구성된 디딤사회적협동조합이 맡았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훈련하는 역할을 전통시장이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통시장 청년 상인을 위한 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이마트는 청년 상인의 제품을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스타상품 개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지난해 선발된 중소기업과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던 제품들은 현재도 이마트에 입점해 있다. 올해는 먹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과장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등을 지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해야 한다”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각자 부족한 부분들을 서로 채워서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