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왼쪽 사진)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로도 외교 보폭을 넓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핵 담판을 앞두고 전통적 우방들과 공조를 다지면서 전방위적으로 대외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4월 러시아 방문과 맞물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이 외무상의 방러 시기에 대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긍정적 흐름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모스크바에서 관련국 대표들과 여러 회담을 여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 왔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3단계 로드맵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및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동북아 안보체제 수립을 위한 다자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구상이다.
북한에서 대미 협상과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해 두 차례 러시아를 방문해 이 로드맵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중 관계가 벌어진 사이 상대적으로 북·러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에 북·중 정상회담 결과 등 최근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평가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단 시기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과는 관계 복원 필요성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직접 움직였지만 러시아와는 일단 외무장관이나 특사 접촉으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대외 관계를 전방위적으로 풀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북·러 정상회담은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8월 시베리아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회담한 것이 마지막이다.
북핵 협상의 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25년간 이어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 등 매머드급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북·러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 북한은 일본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의 모든 정상과 만나게 된다. 일본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북측에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거 북핵 문제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남·북·미가 엔진 역할을 하고 여기에 중·러가 편승하는 형태”라며 “북한 입장에선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세 가지 트랙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끌고 가기 위해 중·러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자 틀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정치적으로 보증하기 위해서도 유지돼야 한다는 평가다.
북한이 31일 김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 채택 5주년에 맞춰 내놓을 메시지도 주목된다. 다만 홍 실장은 “지금 같은 대화 국면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굳이 환기시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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