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의 십자가는 고난의 절정을 보여준다. 십자가 사랑은 구원의 핵심이다. 성경은 “그가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음으로써 우리가 용서를 받았고, 그가 고난을 당함으로써 우리가 구원을 얻었다(사 53:5~6, 롬 3:23~24)”고 전한다. 예수의 부활은 우리도 부활한다, 승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전 15:55~57).
내일은 부활주일이다. 어둠을 뚫고 고요한 새벽에 빛으로 부활하신 예수는 40일 동안 사람들을 만나며 지상 대명령을 내리고 승천하셨다.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돼라.(행 1:8)” 고통의 나무 십자가를 지신 예수를 생각하며 나무로 십자가를 만드는 이천식(59·파주 사랑의교회) 목사, 부활하신 구주의 얼굴만 그리는 성화작가 김용성(56·서울 극동교회) 집사를 만났다. 모두 부활의 증거자요, 복음의 전도자였다.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고집스럽게 ‘예수’를 작업하고 있었다.

구원의 도구 ‘나무 십자가’를 만들다
미세먼지로 뿌옇던 지난 26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사랑의교회 예배당에 들어섰다. 진한 나무 향이 전해졌다. 강대상 전면에 걸린 대나무 십자가를 비롯해 온갖 나무로 만든 십자가들이 가득했다. 150개쯤 됐다.

이 목사는 5년 전부터 사순절이면 나무 십자가를 만들었다. 올해는 지난 2월부터 성경 66권을 테마로 만들기 시작했다. 부활절 전날인 31일까지 66개의 십자가를 만드는 게 목표다. 26일 현재 62개를 완성했다.
‘골고다언덕 십자가’는 가운데 예수가 달린 십자가, 그보다 작게 좌우 양쪽에 강도들이 달린 십자가 작품이다. 가운데 십자가는 약용으로 쓰고 꽃도 피우는 쥐똥나무, 좌우 십자가는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다래나무로 만든 ‘천국을 향하여’는 휘어진 나무의 각도가 마치 골고다언덕을 향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예수의 모습 같다. 쩍쩍 갈라진 무화과나무로 만든 ‘쪼개진 십자가’는 세상과 구별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표면이 거친 물푸레나무로 만든 ‘구원’, 상처투성이 자작나무로 만든 ‘복음의 옷을 입다’ 등의 작품들은 마치 사랑이신 예수의 손길이 닿자 세상의 때를 벗고 새롭게 거듭난 그리스도인을 닮았다.

나무는 모두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이다. ‘불 가운데서 건진 구원’이란 작품은 불에 탄 채 버려진 매실나무로 만들었다. 계곡에 박혀 썩고 있는 물푸레나무를 건져 2년여 드라이 과정을 거친 뒤 탄생한 ‘구원’, 산에서 간벌로 버려진 다래나무로 작업한 ‘예배하는 자’도 이번 사순절 작품이다.

“나무와의 만남은 소중합니다. 모두 부러지거나 불에 타서 쓸모없는 나무지만 여기에 정성을 들이니 성경 스토리를 가진 십자가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주님도 그렇게 하셨어요. 온갖 허물, 죄악으로 가득 찬 우리와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셨죠. 또 말씀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셨고요. 십자가 작품을 만들면서 때론 나무 가시에 찔려 아프기도 하지만 이런 주님을 생각하면 절로 은혜를 받습니다. 잠들어 있는 감성과 영성을 깨우는 시간입니다.”

이 목사는 1988년 교회를 개척하고 심방을 가던 길에 우연히 버려진 향나무 묶음을 발견했다. 어렸을 때 삼촌으로부터 목공을 배운 적 있던 그는 나무 십자가를 만들었다. 매년 농어촌 전도와 세계선교를 다니면서 손수 만든 십자가를 선물했다. 버려진 나무로 만든 십자가는 영혼구원을 위한 명품 도구였다.
위로자 ‘웃는 예수’를 칠하다
작품명 ‘핸드 오브 갓(Hand of God)’. 물에 빠진 베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예수를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베드로는 빠져 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호민아트갤러리에서 만난 작가 김 집사는 “베드로의 주님이 아닌 나의 예수님, 우리의 예수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집사는 부활절 기념으로 열리고 있는 ‘부활의 노래’전에 작품 한 점을 출품했다.

김 집사는 성화작가다. 작품 속 주인공은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다. 그것도 머리카락을 약간 흩날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예수다. 수채화 기법을 유화에 적용한 작품이다 보니 전체적인 느낌이 편안하고 따뜻하다. 그는 녹색 계열을 선호한다.
“성화에 등장하는 예수님은 어둡고 침울하고 고난당하는 주님으로 많이 묘사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면 어떻게 되나요.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잖아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런 분이세요. 그래서 제 그림에 등장하는 예수님은 항상 밝은 모습입니다.”

웃는 예수를 접한 많은 이들이 변화됐다. 미국 유타주에 거주하는 50대 여인은 전시회에서 ‘핸드 오브 갓’을 보게 됐다. 뇌종양을 앓던 16세 아들이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다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그녀 역시 우울증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예수가 뻗은 손을 붙잡고 다시 회복될 수 있었다.

이혼 위기에 있던 한 여인은 ‘선물’이란 작품에서 예수를 만나고 깨질 뻔한 가정을 살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미꽃 한 다발을 안고 있는 아름다운 예수의 모습에서 그녀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남편과 자녀들을 본 것이다.

김 작가는 고교를 졸업하고 성화작가가 될 것을 서원했다. 그러나 그 일만으론 생활이 안 됐다. 상업미술을 그렸으나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40세 때부터 온전히 예수만 그리며 살았다. 작품을 통해 복음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기에 이젠 멈출 수 없다.


“이 땅에 퍼져 있는 악한 문화에 대적하기 위해서라도 예수님을 알리는 이미지 작업, 성화를 더 열심히 그릴 겁니다.” 예수는 소망이고 기쁨이며 행복이다.
노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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