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김어준이 ‘정봉주 유탄’을 맞은 모양새다. 최근 ‘미투’ 고발을 당한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의 쟁점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자 28일 서울시장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이 방송을 통해 정봉주 측의 입장을 주로 다뤘으므로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28일 권성주 대변인 논평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부인하던 미투 폭로의 정황을 결국 시인했다”며 “꼼수들의 모든 방송 하차를 촉구한다”고 강변했다.
바른미래당이 언급한 ‘꼼수들’은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는 김어준과 시사인 주진우 기자, 시사평론가 김용민, 정봉주 전 의원을 말한다.
바른미래당은 “사건과 무관했던 780여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여론몰이를 하였고, 폭로자와 해당 사건을 다룬 언론사와의 관계를 거론하며 공작 의혹까지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은 단순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다른 가해자들보다 더 질이 나쁘다”고 비난했다.
또 “그의 단짝 친구 김어준 씨는 미투 운동의 공작론을 처음 거론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의 2차 가해에 앞장선 인물”이라며 “김씨는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을 노골적으로 감싸주기 위해 본인이 진행하는 지상파 프로그램까지 이용하기도 했다”고 일갈했다.

이어 “‘나는 꼼수다’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많은 지지층을 확보한 이들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앞장서 주도했다”며 “꼼수들에 의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가 얼룩지고 2차 피해에 고통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욕망에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려 하는 정봉주 전 의원과 김어준씨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다”고 요구했다.

김어준이 진행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날 하루 250개 넘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평소와 수십 개에 불과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사퇴를 선언한 이후 많은 이들이 몰려와 의견을 나눴다. “방송에서 정봉주 편을 들어준 김어준은 하차하라”는 주장도 많았지만, “방송에서 증거를 나열하고 판단은 시청자 몫으로 남겼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두둔도 적지 않았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22일 방송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2011년 12월 23일 하루 동안 정 전 의원이 찍힌 사진 780장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 날이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방송을 통해 피해자가 특정한 날 문제의 장소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바이’ 자료를 제시하며 성추행 의혹을 반박했다.

현직 기자로 일하며 ‘안젤라’라는 가명을 쓰는 여성은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7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날, 여의도 렉싱턴호텔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정봉주 전 의원은 프레시안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프레시안도 정봉주 전 의원을 맞고소했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당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쓴 카드 내역이 나왔고, 이 일때문에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는 SBS 보도가 28일 오전 나왔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후 낸 보도자료에서 “사건 당일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을 스스로 확인했다”면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면서 프레시안을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트위터를 통해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를 하겠다”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지자에게 “10년 통한의 겨울을 뚫고 찾아온 짧은 봄날이었지만 믿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사를 남겼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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