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사과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꽝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베트남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꽝 주석은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에 앞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베트남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2001년 천 득 렁 국가주석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4년 렁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국민들은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베트남전 참전 등 불행한 역사에 대한 포괄적 의미에서의 유감 표명”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발언과 비슷한 수위의 언급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배상 문제가 따라오는 공식 사과는 아니란 뜻이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2020년까지 양국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한·베트남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양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다자회의를 적극 활용해 연례적인 정상 간 교류를 이행키로 했다. 또 외교장관 간 연례 회동 추진, 국방부 간 ‘국방 협력에 관한 공동비전 성명’ 조기 채택, 양국 간 고위 인사 교류 강화 및 경제 각 분야의 협력을 확대키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청년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해 아세안에 진출한 한인 기업이 우리 청년 1명을 고용하자는 취지의 ‘1기업 1청년 일자리 운동’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의 한인 기업들이 한 명씩만 추가 고용해도 9000여명의 청년이 새로 일자리를 갖게 된다”며 “이 운동을 처음 제안한 송창근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나중에 진짜 업어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꽝 주석과 함께 주석궁 뒤편에 위치한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 전 주석 집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호찌민 주석의 가장 위대한 면모는 집에서 드러난다. 정말 검소하게 살았다”며 “이 세상의 정치인들이 그를 본받는다면 부패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베트남 국가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응우옌 티 킴 응언 국회의장,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도 면담한 뒤 꽝 주석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하노이=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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