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영 중인 한 드라마 속 인물은 청각장애인입니다. 실력 있는 바리스타이기도 하고요. 그는 바리스타 대회를 치르기 위해 도착한 대회장 앞에서 커피차를 도둑맞는 황당한 일에 휘말립니다. 드라마에선 화상 전화를 이용해 수화통역센터에 신고할 수 있었지만,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경찰서를 찾았을까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세히 전달하기란 늘 힘든 법입니다. 사고 경위를 다 말했다 한들, 오가는 대화 속에서 우연히 알짜배기 정보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요. 상대방이 종이 위에 급히 써내리는 글로는 부족할 겁니다.
부산 영도경찰서 동삼지구대 소속 김병훈(38) 순경은 경찰관이 되자마자 수화를 배웠습니다. 부산 토박이인 김 순경은 조선소에서 일하다 뒤늦게 경찰의 꿈을 꿨습니다. 2015년 2월 서른여섯의 늦은 나이에 경찰시험에 합격했지요.
수화를 배우기로 한 건 합격 후 ‘경찰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게 없을까?’ 하는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경찰서에 청각장애인이 찾아오면 수화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김 순경은 부산농아인협회를 찾아갔습니다. 6개월 동안 수화를 배웠고 그러는 동안 청각장애인 체육대회와 각종 봉사 활동 현장도 열심히 찾았습니다. 배움은 빛을 발했습니다. 지구대 배치 후 김 순경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에서 청각장애인들을 마주했습니다. 그들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동료 경찰관들과 옥신각신 하는 중이었습니다. 김 순경은 그동안 배운 수화로 상황을 잘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 순경은 동료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수화교육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수화경찰관을 모집한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지원해 합격했고 대회 기간 동안 강원도 강릉, 정선, 평창 등지를 돌아다녔습니다. 경기장에 찾아오는 청각장애인들을 안내해주면서요. 김 순경은 하루 12시간씩 꼬박꼬박 청각장애인들을 만났습니다.
한 번은 충남 당진에서 단체로 온 청각장애인들이 경기장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김 순경은 그들에게 달려가 친절히 설명해줬습니다. 물론 능숙한 수화로요. 길을 잃은 50대 청각장애인이 일행을 찾을 수 있게 도운 일화도 있습니다. 당시 한 청각장애인은 “살면서 경찰관의 수화 안내는 처음 받아봤다”며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김 순경은 패럴림픽 수화지원 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주변에선 “수고 많았다” “큰일 했다”며 그를 반겼습니다. 환호를 받은 김 순경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박수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제 손이 정말 도움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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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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