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혼인건수가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역대 가장 낮았다. 결혼 적령기 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청년실업과 비용문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혼인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사상 최악인 저출산 사태는 당분간 탈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26만445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6.1% 감소했고, 1974년 25만9112건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 1970∼80년대에 비해 인구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나쁘다. 조혼인율은 5.2건으로 통계발표가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조혼인율은 2011년 6.6건을 기록한 후 매년 감소세다.
우선 인구구조 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높은 혼인율을 보이는 30대 초반 인구가 감소하면서 혼인 건수도 덩달아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계청 이지연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 30대 초반인구가 전년대비 5.6% 줄면서 혼인건수도 같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환경도 영향을 끼쳤다. 악화되는 청년실업 상황과 부동산 가격 상승추세 등이 20∼30대 연령층이 결혼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령별 혼인율을 보면 30∼34세 남성의 경우 인구 1000명당 56.4건으로 전년대비 5.0% 감소했다. 여성의 경우에도 같은 연령층 조혼인율이 48.4건으로 3.3% 줄었다.
이 과장은 “최근 20대 후반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전세가격지수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혼인은 독립적인 생계를 전제로 하는데 이런 여건들이 혼인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혼인 감소세는 저출산 사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초혼부부는 혼인 후 2년 후 첫째아를 출산하는 비중이 높다. 혼인건수의 감소는 2∼3년 후 출산율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지난해 35만7000명으로 역대 최저였던 출생아 수 기록은 향후 2∼3년간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초혼연령이 남성 32.9세, 여성 30.2세로 꾸준히 높아지면서 첫째 아기 출산시기가 늦어지는 점도 문제다. 첫째 아기 출산시기가 지연될수록 둘째 아기 출산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인구구조적인 문제와 청년층 일자리 문제 등이 엮여 있어 단기적 해법을 찾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이혼건수는 10만6032건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했다. 평균이혼연령은 남성 47.6세, 여성 44.0세로 10년 전에 비해 4.4∼4.5세 늘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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