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에 대한 감상을 전하려면 이런 표현이 필요할 것 같다.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 비뚤어진 두 개의 부성(父性)이 충돌했을 때 터져 나오는 폭발적 에너지가 123분간 관객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첫 선을 보인 ‘7년의 밤’은 시종 밀도 있는 전개와 속도감을 유지하며 원작과의 차별성을 명확히했다. 부성애 코드에도 한껏 힘을 실었다. 이는 두 명의 훌륭한 배우, 류승룡과 장동건을 통해 완벽히 구현됐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7년의 밤’은 우발적 살인으로 얽힌 두 남자의 악연에서 시작된다. 인적 드문 세령마을의 댐 관리자 최현수(류승룡)가 여자아이를 치는 교통사고를 낸 뒤 아이를 호수에 유기하고, 아이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대지주인 오영제(장동건)는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 복수의 칼날은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고경표)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원작의 강점이 치밀한 스릴러였다면 영화는 드라마를 보다 강화했다. 전사(前史)를 충분히 쌓아올림으로써 각 인물이 취하는 행동에 얼마간 설득력을 부여했다. 오영제 캐릭터에도 적잖은 차이를 뒀다.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설정된 원작과 달리 나름의 사연이 있는 악역으로 그려냈다.

오영제 역을 맡은 장동건은 “딸을 학대하는 아버지가 그 딸을 잃고 대상에게 복수할 때의 감정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딸을 향한 오영제의 마음도 부성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잘못된 방식의 그릇된 부정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럼에도 이 인물을 인간적으로 이해되고 설득되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동건의 연기 변신은 단연 압권이다. 결코 쉽지 않았을 첫 악역 도전. 이 영화에서 그가 선보인 연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지 않을 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광기어린 눈빛과 미동도 없는 싸늘한 표정이 순간순간 소름을 돋게 한다. 과감하게 시도한 M자 탈모 머리에서마저 그의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격한 액션신을 찍다 한쪽 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극 중 현수와 뒤엉켜 계단을 구르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실제로 벽에 부딪혀 귀 연골이 1㎝ 정도 찢어져 구멍이 났을 정도였고, 결국 40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을 받았다. 장동건은 “이 영화 촬영 전과 후의 귀 모양이 달라졌다”면서도 “큰 부상은 아니었다. 훈장 같은 것”이라고 웃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여한이나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내가 또 이렇게 작업해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거든요. 솔직히 영화에 담기지 않은 나머지 촬영분을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여러분 마음에도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장동건)

극의 다른 한 축은 류승룡이 든든히 받쳤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부터 집착적 부성애, 죄의식, 두려움, 회개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을 치밀하게 펼쳐냈다. ‘7번방의 선물’이나 ‘염력’에서 보여준 코믹함은 잠시 잊어도 좋겠다. 후반부 폭주하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류승룡은 “인생을 살면서 크나큰 태풍과 같은 사고를 겪었을 때 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의 끝을 계속해서 탐구했다”면서 “원래 작품 끝나자마자 바로 빠져나오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유독 힘들었다. 일부러 차기작은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는 결국 ‘피의 대물림’에 관한 이야기다. 추창민 감독은 “과거에 고통을 줬던 현수의 아버지, 현재 고통을 받고 있는 남자 현수, 앞으로 고통을 줘야 할 현수의 아들 서현. 이 3대에 관한 이야기가 관객으로 하여금 또 다른 스릴러를 보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는 28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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