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액의 ‘검은 돈’을 받고도 오랜 기간 들통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검찰은 뇌물 제공자 선정부터 금액 관리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전 대통령이 대상을 고르면 측근이 불법 자금 제공을 유도하는 등 모든 과정이 치밀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방식은 검찰이 19일 청구한 구속영장에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자금 제공자를 매우 신중하게 골랐다고 한다. 그가 선택한 최적의 대상은 중소기업이나 개인 중에서도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이었다. 10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은 제외했다. 이 과정에서 친형 이상득씨의 도움을 받았다.
물색을 완료하면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대상과 접촉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금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관리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담당했다.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기 시작한 건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라고 한다.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앞지르며 대통령 후보 확정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불법 자금 제공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받은 돈 대부분을 자녀 생활비나 전세자금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부정축재”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을 받으면 ‘확실한 보상’을 제공했다. 약 4년간 22억6000만원을 건넨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08년과 2011년에 회장직을 연임했다. 토목공사업체 대보그룹은 2007년 5억원을 제공한 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불교대학 설립 청탁 대가로 3억원을 준 사찰 주지에게 당선 후 “접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를 지시했다고 밝힌 측근 진술에 대해서는 “자신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22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이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는 21일 오후 취소됐다. 이 전 대통령이 심문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구인영장을 다시 발부할지, 피의자 없이 변호인과 검사만 출석하는 심문기일을 지정할지, 심문절차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할지 등을 내일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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