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호’서 보낸 시간… 朴 21시간30분, MB 21시간

Է:2018-03-15 07:36
ϱ
ũ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6시25분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와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26분쯤 검찰청사로 들어간 지 21시간 만이다. 이 긴 시간을 그는 서울중앙지검 10층 복도 끝에 있는 1001호에서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전 조사를 받았던 그 방이었다. 박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비슷한 21시간30분 동안 이 방에서 피의자 진술과 조서 검토를 했다.

검찰청사를 나서던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다들 수고하셨다”고 짧게 말했다. “다스는 본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 변함없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대기 중이던 경호처 차량에 올라 청사를 떠났다. 곧바로 서울 논현동 자택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정리·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관련자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짧으면 2~3일, 길어도 일주일 안에도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직 대통령임을 감안해 한 차례 소환으로 끝내겠다”고 밝힌 터라 다시 부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음주 초에는 구속영장과 관련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및 민간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 등 100억원이 넘는 뇌물 혐의, 다스를 통한 300억원 이상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는 ‘다스’ 혐의로 시작해 ‘뇌물’ 혐의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았다. 송경호 특수2부장과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차례로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박명환(48·31기), 피영현(48·33기), 김병철(43·39기) 변호사가 '방패' 역할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서너 차례 휴식을 취했다. 점심은 설렁탕, 저녁은 곰탕을 배달해 먹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다수 자료 및 관련자 진술을 들이대며 추궁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뿐만 아니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대부분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10층 특수1부장실에서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한동훈 3차장검사와 10여분간 녹차를 마셨다. 한 차장검사가 조사 취지와 진행 방식을 설명했고 조사가 불가피하게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 양해를 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편견 없이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토라인에서 말한 입장문에 적어 놓고도 끝내 아꼈던 말이었다. 한 차장검사는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조사는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대부분 생략한 채 시작됐다. 신 부장검사가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호칭하며 신문을 진행했고, 이 전 대통령도 “검사님” 하며 예의를 갖춰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부장검사가 작성한 조서엔 ‘대통령님’ 대신 ‘피의자’로 적혔다.


이 전 대통령 조사 상황은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모두 영상 녹화됐다. 한 차장검사가 실시간으로 CCTV 영상을 보며 조사 상황을 체크했고 수시로 윤석열 지검장에게 보고했다. 윤 지검장도 직접 조사실 영상을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MB 측 변호사들은 수기로 조사 내용을 기록하며 분주히 검찰 신문에 대응했다. 오전 조사는 3시간25분가량 걸렸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1002호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변호인들과 함께 배달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설렁탕을 배달해 온 식당은 이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던 단골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던 이 식당은 최근 해당 사진을 철거했다.

오후 재개된 조사는 5시20분 송 부장검사로 조사자가 바뀔 때까지 검찰 계획대로 진행됐다. 혹시 있을 건강 문제에 대비해 응급차와 응급구조사가 대기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체력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중간에 두 차례 휴식 시간을 가졌다. 송 부장검사 조사는 이 전 대통령이 저녁으로 곰탕을 먹은 시간을 제외하고 순조롭게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 따라 통제됐던 중앙지검 청사 출입은 이 전 대통령이 청사에 들어간 뒤 평소처럼 재개됐다. 이 전 대통령 조사가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검찰의 통상업무를 중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청사 서문이 통제되긴 했으나 조사나 민원 용무가 있는 사람과 차량 출입은 모두 허용됐다.

오후 5시30분쯤에는 이모(50)씨가 나체로 청사 안팎을 활보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당시 이씨는 ‘내가 미륵이다’ ‘정도령이 세상을 구한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는 “(중앙지검에) 기자들이 많이 와 (언론에) 나오고 싶어서 벗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과거 박 전 대통령 강남구 삼성동 자택 인근에서 나체로 나타나 연행된 남성과 같은 사람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