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 전달하는 중립적인 매체로 생각되었다. 그것이 예술의 한 형태로 인식될 때조차도 사진은 이미지 그 자체로써 모조리 설명되며 사실성의 추구 그 이상의 목적을 품는 것이 부당하거나 불가능한 장르로 여겨지곤 했다. 가치관의 개입이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은 20세기 이후 예술가들의 변칙적인 시도로 점차 무너지고 있다. 의미의 모호성을 유발하거나 진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허구의 요소를 포함하며 다른 장르와 결합하거나 상업 매체에 협력하고,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구상해 선보이는 동시대 사진의 시도들은 오늘의 관객에게 새로운 관점을 요구한다. 이른바 ‘예술 사진’의 등장이다. 사진에 관한 다채로운 시도들은 곧잘 예술성의 추구에 따라 사진의 경계를 이탈하는 것으로 설명되거나 미술의 맥락에서 사진을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되곤 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널리 이해되는데 반해 복잡한 개념 또는 사실을 활용하거나 허구적인 예술사진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진정성’이나 ‘객관성’ 같은 ‘예술사진’의 핵심 개념을 쉽고도 깊이있게 해설하는 책이 나왔다.
작가이자 비평가이며 미술사학자로 런던 왕립예술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웨스트민스터대학 미디어 전공 교수로 재직중인 루시 수터의 저서 ‘왜 예술사진인가(Why Art Photography?)’가 그것이다.
루시 수터는 위반을 즐기며 ‘사이’에 존재하는 갖가지 시도들을 사진의 장(場) 속으로 포용하면서 예술의 맥락에서 사진에 의거해 이뤄진 ‘작품’들의 존재 의미를 찬찬히 탐색한다.
그는 다음 여섯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동시대 예술사진의 특성을 하나씩 살핀다. “동시대 사진은 전통 회화 장르의 주제를 왜 그렇게 많이 공유하는가?” “동시대 사진은 무표정, 객관적 스타일을 왜 그리 많이 보여주는가?” “‘연출 다큐멘터리’ 사진 같은 것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왜 사진가 각자가 좋아하는 사물을 촬영하거나 아름답고 모호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디지털은 예술사진에서 무슨 차이를 만들었는가?” “사진이 다른 동시대 예술 형태와 혼합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아직 ‘사진’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통해 저자는 동시대 예술사진의 특징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면서 그것에 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선사한다. 또 널리 알려졌거나 최근 조명받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두루 살피면서 어떻게 예술사진이 동시대 미술과 문화라는 더 광대한 세계에 맞춰 변화했는지를 ‘하이브리드, 모호함, 객관성, 허구성, 진정성, 디지털과 사진의 확장’ 같은 요소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동시대 예술의 첨단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종잡을 수 없는 동시대 사진 작업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의 아마추어 사진작가와 사진을 전공한 대학교수가 함께 책을 번역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김동훈씨는 평소 미술사 및 사진사에 관심이 많아 사진 관련 도서들을 개인적으로 꾸준히 번역하면서 일부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상황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미지로 풀어내는 것에 관심을 갖고 ‘완벽한 유형학, 기계화되는 몸’(2018.1)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조용준 교수는 ‘러시아 구성주의 사진에 관한 연구-로드첸코의 사진을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수용자 중심의 사진교육과 비주얼 리터러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사진의 재발견, 역사, 현재, 내일을 보다’(2016)를 비롯해 수십 회의 단체전 및 개인전에 참여했고 경희대, 연세대 대학원, 중앙대 등에서 사진을 가르쳤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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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술사진인가...예술의 맥락에서 사진의 존재 의미를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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