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심은경(24)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고도 안주하기는커녕 더 부지런히 스스로를 성장시켜 왔다. 그런 그에게 영화 ‘궁합’은 로맨스 장르에서의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으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궁합’은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근 3년간 개봉한 로맨스 장르의 한국영화 가운데 최단기록. ‘사라진 밤’ ‘툼레이더’ ‘리틀 포레스트’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1일 발표된 전날까지의 누적 관객 수는 121만명이다.
‘궁합’은 조선시대 배경의 로맨스 퓨전사극. 사나운 팔자를 타고난 송화옹주(심은경)가 부마 간택을 앞두고 직접 후보 탐방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몰래 궐을 나간 송화옹주가 부마 후보들(연우진 강민혁 최우식)을 차례로 만나는데, 그 과정에서 역술가 서도윤(이승기)과 자꾸 얽히며 둘 사이 감정이 싹튼다.
자연히 심은경이 극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소녀의 모습부터 능동적으로 자신의 짝을 찾아 나서고 끝내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는 여인의 모습까지 109분간 물 흐르듯 그려진다.

극 초반 두드러지는 유머 코드는 그에게 맞춤옷처럼 느껴진다. 영화 ‘써니’(2011·누적 관객수 736만명) ‘수상한 그녀’(2014·865만명)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코믹함이 십분 녹아있다. 학 머리 탈을 쓰고 뛰어다니는 등의 무리수 설정조차 심은경이기에 소화해낼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확은 ‘로맨스’였다. 그간 원톱 주연물이나 캐릭터 강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 온 심은경은 로맨스 연기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승기와의 달달한 감정선이 한층 풋풋하고 신선하게 다가온 이유다.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있느냐”는 낯간지러운 대사조차 진정성 있게 전해졌다.
MBC ‘대장금’(2003)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충무로의 보배’와 같은 여배우로 성장했다. ‘써니’ ‘수상한 그녀’의 흥행 이후에도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에는 무려 다섯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널 기다리며’ ‘부산행’ ‘걷기왕’과 목소리 출연한 ‘로봇, 소리’ ‘서울역’까지.

지난해에는 ‘조작된 도시’와 ‘특별시민’, 올해에는 ‘염력’과 ‘궁합’ 두 편씩을 선보였다. 캐릭터와 장르가 매번 새롭다. ‘궁합’은 3년 전인 2015년에 촬영한 작품인데, 최근작들과 비교하면 그 성장세가 뚜렷하다. 한 작품을 이끌 만한 역량을 갖춘 20대 여배우 중 이토록 치열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이를 또 찾기 어렵다.
심은경은 인터뷰 때마다 연기에 대한 뜨거운 고민을 토로하곤 한다. 지난 1월 만난 그는 “내가 연기를 계속하는 이상 고민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과 접하고 상대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그 모든 시간들이 내게 약이 된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슬럼프를 얼마간 이겨낸 뒤 마주한 심은경은 이런 얘기를 남겼었다. “저는 그래요. 그냥 연기가 하고 싶어요. 작품마다 제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거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뿐이에요.” 진심이 담긴 그의 연기, 그 다음 도전이 벌써 기다려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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