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족을 착용한 선수가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가파른 슬로프를 오르기 시작했다. 성화 점화를 위한 마지막 구간, 선수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전 세계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였다.
9일 오후 8시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다름의 차이를 인정한 ‘공존의 세계’를 콘셉트로 구성됐다. 이문태 총감독은 개막식 전 “성화 주자가 굉장히 가파른 슬로프를 올라야 성화대에 이를 수 있다. 비장애인도 쉽게 오를 수 없는 경사를 특별한 방식으로 오르게 된다”고 예고했다.
이날 ‘특별한 방식’으로 성화대까지 도달한 주인공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한민수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앓았던 류머티즘으로 서른 살 때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개막식에서도 의족을 차고 등장했다.
한민수는 알파인 스키의 양재림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에게 성화봉을 건네 받았다. 그러자 성화대로 향하는 슬로프 계단이 사라졌다. 그저 가파른 언덕이었다. 한민수는 천천히 줄을 잡더니 암벽을 타듯 슬로프에 올랐다. 이 총감독이 언급했던 대로 ‘비장애인도 쉽게 오를 수 없는 경사’였다.

절뚝거리는 한민수의 몸짓에 온 시선이 집중됐다.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한민수를 응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격려의 박수를 치며 이 모습을 지켜봤다. 김 여사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민수는 40여초 만에 정상에 올라 긴 호흡을 토해냈다.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극적인 퍼포먼스였다.


한민수가 전달한 불꽃은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팀 주장 김은정과 평창패럴림픽 휠체어컬링팀의 주장이자 2010 밴쿠버 패럴림픽 컬링 은메달리스트인 서순석이 넘겨받았다. 두 사람은 마지막 주자로 나서 달항아리 모양 성화대에 불을 옮겼다. 평창 패럴림픽 성화의 불꽃은 오는 18일까지 10일 동안 평창을 환히 밝힐 예정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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