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1박2일간 숨가빴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대북특별사절단의 후일담을 8일 공개했다. 특사단은 접견·만찬 당시 드러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북한 최고위급들의 환대를 통해 “일이 잘 풀리겠구나”라고 느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①첫날 숙소서 ‘김정은 접견’ 통보한 김영철
당초 특사단은 방북 첫날인 5일 김 위원장 접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북측이 과거 남북정상회담 조율차 방북한 특사들에게 최고지도자의 일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었던 탓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왔을 때 우리도 오찬, 만찬만 정해놓고 언제할지는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특사단도 오늘(5일)보다는 내일(6일)이 될거라 짐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특사단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짐을 풀고나니 김 통전부장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특사단에 접견과 만찬 일정을 알려주면서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전례없는 파격의 시작이었다.

②솔직·대담한 김정은 스타일
조선노동당사 본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접견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앞서 특사단이 북측과 합의한 ‘6개 항목’은 김 위원장과의 접견 자리에서 사실상 다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민감한 현안 관련 해법으로 고심하던 특사단에게 먼저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며 대화를 주도했다. 특사단은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수석대북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맞은편에 앉은 정 실장이 테이블을 돌아서 친서를 주려하자 김 위원장도 같이 일어서서 테이블 중간에 만나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③김정은·리설주·김여정의 ‘세심한 환대’
접견에 이어 이어진 만찬에서도 북측의 세심한 환대가 이어졌다. 약 1시간의 접견이 끝나고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10분 정도 쉬고 안내를 받아 옆방의 만찬장으로 가는데 그 방에서 나가자마자 만찬장 문 밖에서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특사단 5명에게 한명한명 손잡고 따뜻하게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만찬 때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남해 낯이 익은 김 제1부부장도 “북한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라며 특사단을 배려했다.
특사단 경호도 국빈급이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전에 평양을 가면 일대일 마크맨이 있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며 “특사단을 보호하면서도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를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 한 층을 특사단이 다 쓰도록 비워줬는데 경호원이 그 층에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양쪽 입구만 지켜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초대소에는 국내 지상파와 뉴스채널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방송을 골라볼 수 있었고,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도 연결돼 있어 특사단이 뉴스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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