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 아들 키우다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 당한 엄마

Է:2018-03-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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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엄마는 그럴 수만 있다면 아이 대신 병을 짊어지고 싶었다. 김미영씨의 9살 난 아들은 태어난지 36개월 만에 난치병 일종인 ‘1형 당뇨’, 이른바 ‘소아당뇨’ 진단을 받았다.

수시로 손가락에 바늘을 찔러 피를 뽑아 혈당을 체크해야 했다.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겨 혈당에 이상이 생기면 환자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4살 때부터 혈당체크를 스스로 해왔다. 5살이 되던 해에는 자기 배에 혼자서 인슐린 주사를 놨다.

취재대행소 왱 영상캡쳐

미영씨는 아이가 피를 뽑지 않아도 될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채혈 없이 24시간 연속으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찾아냈다. 아이는 더이상 피를 뽑지 않아도 됐다.

어찌된 일인지 미영씨는 현재 의료기기법 제26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1형 당뇨병 환우 가족 커뮤니티에 이 의료기기를 소개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 아픈 아이를 위해서 한 일…엄마는 왜 검찰에 송치됐을까

1형 당뇨병 환자 가족으로 구성된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회원 30여명이 6일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 별관 앞에 섰다. 미영씨 억울함을 밝혀달라는 이유에서다. 미영씨는 왜 검찰에 송치됐을까. 대체 왜 식약처는 왜 미영씨를 고발했을까.

미영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식약처로부터 세번이나 조사를 받아야 했고 기자회견 전날 의료기기법 제26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다.

미영씨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고통이 적은 방법을 찾다 해외사이트에 채혈 없이 24시간 연속으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덱스콤 G4’라는 의료기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취재대행소 왱 영상캡쳐

곧장 구입한 뒤 기기에 스마트폰 앱을 연동시켰다. 혈당 데이터를 원격으로 스마트폰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녀가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제 밖에서도 아들의 상태를 원격으로 체크할 수 있게 됐다.

아이는 밝아졌다. 미영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1형 당뇨 커뮤니티에 사용후기를 남겼다.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던 환우와 가족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환우와 가족 대부분은 혈당 체크에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한 엄마는 아이가 등교하면 쉬는 시간마다 교실 앞에서 아이 혈당을 체크하고 다시 들여보내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구매는 쉽지 않았다. 해외사이트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구매경험이 있는 미영씨는 기기 구매를 도왔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미영씨 남편이 “대체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다그치는 통에 몰래 집 밖으로 나와 도와줄 정도였다.

◇ 식약처 “우리는 조사할 수밖에 없는 입장”

식약처는 의료기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료기기 불법 개조와 의료기기 불법 광고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2년간 3억원 어치의 물품을 대신 구매하면서 남긴 수익은 고작 90만원 남짓이라고 미영씨는 주장했다. 여기에는 환율 차이로 인한 수익도 포함돼 있었다.

이 사연은 국민신문고에 전해졌다. SNS에도 미영씨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는 내용이 일파만파 번졌다. 무료 변호를 자처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처벌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국회 등에서도 나서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유와 과정이 어떻든 법을 위반했으므로 처벌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불법 의료기기 판매로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고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최종 결정은 검찰에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수 스타트업법률지원단 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식약처가 굳이 수사와 검찰 송치까지 했어야 했는지 의구심 든다”면서 “설령 법 위반소지가 있더라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지침을 주면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영씨의 법률 대리인인 성춘일 변호사는 “수입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판매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이미 생성된 데이터를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에 전송만 했으므로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행위 또한 아니다”고 주장했다.

◇ 의사마저 분노…“환우 고통에 공감 능력 없다”

이 사실을 접한 의사들도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아이들의 고통을 보고 부모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하고 있다”면서 “환우와 가족들의 고통에 눈꼽 만큼의 공감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날을 세웠다.

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근본 이유는 환아의 질병 투병과정에 대해 몰이해와 배려심 부족, 보신을 위한 책임 면피에 있다”면서 “법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일 뿐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해당 의료기기가 긴급 수입되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의 고통을 줄여주도록 조치하고 미비한 제도와 법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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