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미투(#MeToo) 운동’의 시작을 알린 더불어민주당 B의원 비서관 A씨는 6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나는 직을 걸고 미투 운동에 나섰지만, 김지은씨는 인생을 걸었다”며 “안 전 지사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참담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5일 국회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한 비서관 A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담담하다”고 미투 운동에 나선 소감을 말했다. A씨가 글을 올리기 전 주변에서는 ‘응원한다’와 ‘하지 말라’는 의견이 반반이었다고 한다. A씨는 “국회라는 공간 안에서 누구든 실명으로 미투를 시작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첫 출발점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A씨가 용기를 내기까지는 ‘위드 유(With you)’를 외쳐준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네 편이다”라는 동료들의 응원이었다. 이들의 응원이 미투 운동에 나설 용기와 힘을 줬다는 것이다. A씨는 지금도 자신 때문에 불편함을 감내하는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여성 선후배 보좌진의 응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상급자들이 하는 평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폐쇄적인 공간”이라며 “하지만 상급자들 대부분은 남성”이라고 했다. 국회는 5급, 4급 등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피라미드 구조다. A씨는 “일단 의원실 내부 이야기가 바깥에 돌기 시작하면 (해당 이야기를 퍼뜨린 보좌진은)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라며 “나도 비서관직을 그만둘 각오로 미투 글을 올렸고, 지금도 그 각오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제도 개선 논의는 실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회 내 성폭력 사건이 단발적으로 보도될 때마다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러한 제도 개선 논의가 정작 종착지까지 갔던 경우는 없었다는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엔 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회부터 제도적 보완이 잘 이뤄지면 관공서와 민간 영역까지 고루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고 했다.
같은 날 불거진 안 전 지사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해선 “충격적”이라며 “피해 여성을 두고 벌써부터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던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미투 운동이 그랬듯이 이번 사건이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A씨는 “가해자 입장에선 한 번 저지른 행위를 두 번, 세 번 저지르긴 쉽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한 번 당한 일을 두 번, 세 번 피하기는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국회에서 미투 운동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A씨는 “‘미투 운동 붐’까지 일어날 것 같지 않다”면서도 “그게 익명이건, 아니면 실명이건 그래도 누군가는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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