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를 4차례 성폭행했다는 폭로에 청년세대는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정치권 전체의 성폭력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청원도 잇따랐다. 안 전 지사 지지자들도 등을 돌렸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 전 지사와 관련한 청원이 하룻밤 새 112건이 올라왔다. 청원 글은 대부분 안 전 지사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을 받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청원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보다 성범죄 담당 특별수사기구를 설립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며 “고위공직자, 공공기관·법인의 대표, 기업 오너 일가, 최고경영진에 의해 이뤄지는 성범죄는 가중처벌을 하고 별도의 특별수사기구를 둬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 인지수사만으로 처벌이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성범죄 특별검사법을 요구한 이들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정치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자는 청원이었다.
20·30대 청년층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진보 정치인의 몰락에 허탈함을 토로했다.
충남 아산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수험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내가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대한민국이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면 좋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며 “현실에서는 공직이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은 불명예스러운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수험생활의 목표가 흔들린다”고 썼다.
안 전 지사 지지모임인 ‘팀 스틸버드’는 5일 “그간의 지지활동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기고 고립감을 느끼게 한 것은 아닐까 두렵고 죄송하다”며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편에 설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뒤늦었으나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의 뜻을 전하며 향후 2차 가해에 함께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 활동은 이번 성명을 끝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포함해 2개의 게시물만 남기고 트위터 계정의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다.
2006년 만들어진 안 전 지사 팬카페 ‘아나요(안희정과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를 비롯해 그를 지지해온 카페·밴드 등 온라인모임 게시판에도 실망감을 토로하고 지지를 철회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아나요에는 “완전히 뒤통수 맞았다” “믿고 지지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는 글이 올라왔고 ‘안희정을 사랑하는 고대인 모임’ 밴드에는 안 전 지사와 같은 83학번 멤버가 “두둔하거나 변명할 수는 없지만 비난하고 욕할 수도 없다”면서도 “캠프에서 함께했던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썼다.
서경교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정치권의 성범죄는 권력의 갑질에 의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농락당하는 행태”라며 “권력을 쥐고 여성을 성적 부속물로 여기는 관행으로 이어져오다 최근 인권이 중요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폭발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최예슬 윤성민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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