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생각 고쳐먹고 시작한 ‘좌식스키’… 서보라미 “독종 됐죠”

Է:2018-03-06 06:37
:2018-03-06 07:07
ϱ
ũ

[평창 패럴림픽 G-3] 크로스컨트리 4종목 출전 서보라미의 남다른 각오

서보라미가 지난해 3월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2017 평창 세계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역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16년 3월이었다. 서보라미(32)는 2016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노르딕스키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핀란드에 갔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가슴에 심한 통증이 왔다. 도저히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이틀 만에 귀국했다. 병원에서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로골절이었다. 의사는 "뼈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인 게 원인"이라며 "어쩌자고 이 지경이 되도록 몸을 혹사시켰느냐"고 혀를 찼다. 국내 여성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1호인 서보라미의 투혼을 보여 주는 일화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4개 세부종목에 출전하는 서보라미는 지난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악착같이 훈련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와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고를 당한 이후 줄곧 자신과 싸워 왔다. 주저앉고 싶을 땐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2004년 4월의 어느 날, 무용수를 꿈꾸던 평범한 여고 3학년생이었던 서보라미는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수술을 받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는 걷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수시로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눈에 띄는 건 모두 목숨을 끊을 도구처럼 보였다. 어머니 이희자씨는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어느 날 서보라미는 삶의 끈을 놓으려고 휠체어를 타고 병원 계단으로 갔다. 그곳엔 쪼그려 앉은 채 곤히 잠들어 있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은 그는 한국재활복지대학교에 다니며 학업과 재활을 병행했다. 2007년 우연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키캠프에 참여한 그는 좌식 스키와 인연을 맺게 됐다.

서보라미는 이번에 세 번째 패럴림픽에 출전한다. 2010년 밴쿠버대회엔 국내 여성 장애인 최초로 출전했다. 그는 여자 크로스컨트리 5㎞ 좌식 스키에서 완주하며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비록 16명의 선수들 중 14위에 그쳤지만 포기하지 않는 투혼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던 2014년 소치대회에선 여자 크로스컨트리 좌식 스키 1㎞ 스프린트에서 20위를 기록했다. 서보라미는 두 대회에 출전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지도자도 없었어요. 지원도 부실했죠. 그러니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서보라미는 책임감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은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엔 크로스컨트리라는 종목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나 말고는 이 운동을 하는 여자 선수가 아무도 없었어요. 기왕 시작한 거 도전을 계속해 보자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장애인 선수들은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한다. 서보라미는 힘겨운 훈련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 같은 경우 하반신에 감각이 없기 때문에 눈밭에서 훈련하다 동상에 걸리기 쉬워요. 예전에 동상 때문에 발톱이 빠진 적도 있습니다. 강훈련을 소화하다 갈비뼈가 두 번이나 부러졌어요.” 불굴의 투혼 덕분에 그는 최근 기량이 향상됐고, 지난해 미국 월드컵에선 스프린트 부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보라미의 가족 특히, 어머니 이씨는 늘 걱정을 안고 산다. 이씨는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딸에게 “건강이 우선이니 부담 갖지 말고 경기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평창패럴림픽 자력 출전권을 당당하게 거머쥔 서보라미는 가족 앞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국내 크로스컨트리 스키 첫 여자 국가대표인 서보라미는 그동안 홀로 외로운 질주를 해 왔다. 장애인 동계체전이 열리면 여성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등장했지만 소속팀이 없기 때문에 꾸준히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서보라미는 2011년 6월 하이원 스포츠단에 입단해 여자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명맥을 잇고 있다. 서보라미는 평창패럴림픽에선 이도연(46)이 있어 외롭지 않다. 탁구, 육상, 핸드사이클 등을 했던 이도연은 2016년 11월 장애인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를 시작해 1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와일드카드(특별 출전권)를 얻어 평창패럴림픽에 나선다.

서보라미는 국민들에게 패럴림픽 선수들을 응원해 달라며 이렇게 당부했다. “메달을 따든 못 따든 패럴림픽 선수들은 모두 승자입니다.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선수들이 펼치는 감동의 드라마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서보라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묵묵히 뛴 이채원(37)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채원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평창올림픽까지 16년간, 5회 연속 올림픽에 개근했다. 고향인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여자 15㎞ 스키애슬론에서 60명 중 57위, 10㎞ 프리에선 51위에 머물렀다. 서보라미는 “(이)채원 언니의 경기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전 정신이죠.”

서보라미는 평창패럴림픽을 앞두고 뜻 깊은 선행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조세현 작가의 입양문화 인식 개선과 평창패럴림픽을 기념하는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에 모델로 참여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정승환과 평창올림픽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상화 등이 참여했다. 서보라미는 지난달 10일 조 작가로부터 사진 수업을 받는 암사재활원 학생들에게 모델 활동으로 마련한 카메라를 선물했다. 암사재활원은 중증 장애 아동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