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사절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 명단을 발표했다. 사절단에는 정 실장 외에 서훈 국가정보원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대북담당) 등 현 정부의 남북관계 및 북·미대화 관련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사절단 면면을 보면 특사 파견을 계기로 비핵화 회담과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미국통인 정 실장을 특사단 수석으로 앞세운 건 남북대화뿐 아니라 북·미대화의 중요성, 방북 이후 미국과의 소통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 ‘미국통’ 정의용이 수석사절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단을 파견하는 것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달 9~11일 특사로 방남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특별사절단 방북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견한 김여정 특사 방남에 대한 답방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또 “특사단은 북측 고위급 관계자들과 한반도 평화정착 및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에 나설 예정”이라며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 남북 교류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눈여겨볼 점은 장관급(정의용 실장, 서훈 원장) 2명이 동시에 파견될 뿐 아니라 미국통인 정 실장이 수석사절을 맡았다는 점이다.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백악관 안보라인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정 실장이 수석사절을 맡은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해 미국과 공유하는 역할과 함께, 미국의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함으로써 북·미대화의 실절적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 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역할은
특사단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된 것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실장이 특사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국정 전반에 대한 상황관리와 정 실장에 대한 보좌 측면에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실장이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복심’이란 점에서 그의 역할이 단순 보좌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사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윤 실장은 정 실장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및 북·미대화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 면담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를 접견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과의 조율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친서 전달 여부와 관련해서도 “김여정 특사의 방남 과정을 복기해보면 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관련 논의도 포괄적으로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의 속도전… 평양 찍고 워싱턴으로
특사단은 5일 오후 특별기 편으로 서해직항로를 통해 방북한 뒤 1박2일간 평양에 머물 예정이다. 이후 귀국보고를 마친 뒤 미국에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중매쟁이’를 자처한 특사단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해 미국과 공유하기까지의 과정이 ‘패키지’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특사단이 맡아야 할 과제가 무거울 뿐 아니라 시간도 촉박하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나는 18일 이후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북·미대화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특사단이 1박2일의 방북 이후 귀국 보고, 뒤이은 미국 방문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3월 중 북·미대화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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