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락부터 김만복까지 역대 대북특사 7명 중 5명 ‘정보수장’

Է:2018-03-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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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정보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평양에 대북 특사를 파견한다. 특사단은 이례적인 ‘투톱 체제’로 꾸려질 전망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나란히 특사단을 이끌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간첩을 잡아야 하는 국정원장이 남북대화를 주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역대 대북 특사의 면면을 보면 정보수장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박정희정부에서 북한에 보낸 사상 첫 대북 특사 역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었다.

◆ 이후락, 장세동, 서동권, 임동원, 김만복

역대 정부는 남북관계가 막혔을 때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곤 했다. 정보수장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이 주로 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대부분 특사라기보다 밀사에 가까웠다.

1972년 5월 박정희정부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북한에 특사로 보냈다. 이 부장은 만약의 경우 자결하기 위해 청산가리 캡슐을 가지고 방북했다. 김일성 주석을 면담하고 7·4 남북 공동성명을 성사시켰다. 대북 특사의 시작이었다.

전두환정부에서도 박철언 안기부장 특보와 장세동 안기부장이 밀사로 나서서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했으나 실패했다. 노태우정부는 서동권 안기부장을 북한에 보냈지만 역시 정상회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대중정부는 2000년 3월 최측근인 박지원 문화부장관을 특사로 보냈다. 박 장관은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네 차례 남북 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한 끝에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해 5월 임동원 국정원장이 평양을 찾아 첫 남북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했다.

노무현정부 때는 2005년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을 설득하라는 특명을 받고 방북했고, 한 달 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했다. 그해 9월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인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마지막 특사는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2007년 8월 방북한 김만복 국정원장이었다. 김 원장도 비밀리에 방북했다. 문재인정부의 대북 특사는 공식 임명과 공개 방북을 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렇게 이후락 중정부장, 장세동 서동권 안기부장, 임동원 김만복 국정원장이 정보수장 신분으로 대북 특사 역할을 맡았다. 보수정권에서도, 진보정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김일성이 사망한 김영삼정부 때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제외하곤 역대 정권마다 대북 특사를 보냈고 매번 정보수장이 북측과 접촉하곤 했다.

◆ 북미대화 ‘중매’ 나서는 서훈·정의용

특사단의 전체 규모는 5~6명으로 예상되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때 각종 회담에 배석했던 천해성 통일부 차관도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 초에 평양에 간다. 이르면이 5일이 될 수도 있다. 체류 일정은 일단 1박2일로 정하더라도 현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연장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번 특사 파견이 북한의 ‘김여정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 차원이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때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북 특사의 역할은 독특하다. 과거 특사들이 남북정상회담 협의 등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의 특명을 띠고 갔다면, 이번 특사에게는 ‘북미관계 중재’라는 초유의 임무가 주어졌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상황을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매하는 입장”이라고 표현했다. 조소한 북미대화가 이뤄지도록 조율하기 위해 평양에 특사를 보내는 것이다.

특사단의 면면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북통인 서훈 국정원장과 대미통인 정의용 안보실장이 나란히 발탁됐다. 북한·미국과 각각 말이 통하는 두 사람을 북한과 미국의 ‘중매쟁이’로 파견하는 셈이다.

서 원장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 관여했으며, 북한 고위당국자들과 협상을 해온 경험이 풍부한 대북전략통이다. 특히 김여정 특사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과정에서 남측 카운터파트로서 협의를 해와 일찌감치 대북특사 후보로 유력히 거론돼왔다.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백악관 핵심라인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백악관과 공유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평양에 다녀오는 대로 워싱턴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향후 대북공조 방향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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