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서울 명동에서는 평일 오전 백화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형 캐리어를 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 보따리상이다. 백화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 문이 열리면 이들이 달려가는 곳은 면세점이다. 인기 높은 제품을 먼저 사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어든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들이 1인당 구매하는 물건은 일반 관광객보다 훨씬 많다. 이에 따라 면세점 이용객이 줄었음에도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더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은 134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9.9% 줄었지만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794달러로 88.6% 급증했다.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1월 전체 매출은 13억8005만 달러(약 1조49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억6910만 달러(약 1조480억원)보다 42.4% 늘었다. 외국인 매출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1월 외국인 매출은 10억6934만 달러(약 1조158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9% 증가했다. 2월에는 매출이 더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춘제와 밸런타인데이로 선물 수요가 늘어난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방한했던 외국인들이 출국하면서 면세점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매출이 증가해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 간 할인 경쟁이 치열하고 중국 여행사에 수수료를 내는 일도 많아 수익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전에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따리상의 대량 구매로 인한 품절 사태에 일부 브랜드는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사드(THAAD) 사태로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기대도 있다. 호텔신라는 이날부터 제주공항 국제선에서 면세점 영업을 시작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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