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前 혜성같이 떠오른 유망주
시니어 ‘고수’들에 밀려 은퇴
평창올림픽 앞두고 한국 귀화
오륜의 꿈 이루고 전체 8위
韓 루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
독일은 2012년 2월 국제루지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금맥을 이어갈 신성을 발굴했다. 동부 에르츠산맥 알텐베르크 출신 ‘산골처녀’ 아일렌 프리슈(26)였다. 프리슈는 주니어로 생애 마지막 무대인 이 대회에서 개인전 여자 1인승, 단체전 릴레이를 석권하고 2관왕을 달성했다.
독일 루지는 올림픽 메달을 싹쓸이하는 세계 최강이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회에서 채택돼 반세기 넘게 이어온 올림픽 루지에서 금메달 44개 중 31개를 가져갔다. 독일 최강은 곧 세계 최강을 의미한다. 주니어 시즌의 피날레를 금빛으로 장식한 프리슈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시니어 유망주였다. 프리슈의 목표는 오직 올림픽이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고향의 명문 클럽 SSV 알텐베르크에 입단해 든든한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막 스무 살이 된 프리슈의 앞날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니어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더욱이 독일 루지 국가대표 선발전은 한국 양궁처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했다. 올림픽 메달권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관문이 더 비좁았다.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나탈리 가이센베르거(30), 은메달리스트 타탸나 휘프너(35)와 같은 정상급 선수들은 프리슈에게 빈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프리슈의 국가대표 선발전 성적은 4위. 시니어 이력을 통틀어 최고 성적은 2013년 독일 루지선수권대회 여자 1인승 3위였다. 프리슈는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2015년 은퇴했다. 스물셋, 너무 어린 나이였다.
이런 프리슈에게 손을 내민 곳은 ‘루지 변방’ 한국이었다. 대한루지연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귀화 선수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프리슈를 발견했다. 연맹은 프리슈를 2015년 하반기 내내 설득해 결심을 받아냈다. 프리슈 역시 올림픽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프리슈는 2016년 11월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한국으로 귀화했다.
프리슈는 13일까지 이틀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루지 여자 싱글에서 꿈을 이뤘다. 1201.82m의 올림픽 트랙을 하루 두 차례씩 모두 네 차례 질주하면서 46초대로 10위 안팎의 성적을 냈다. 첫 주행인 지난 12일 1차 주행에서 스타트 속도(4초313)가 ‘디펜딩 챔피언’ 가이센베르거(4초334)보다 빠를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1∼4차 주행을 모두 합산한 최종 기록은 3분6초400으로 전체 8위에 올랐다. 한국 루지가 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제 막 올림픽 질주를 시작한 프리슈에겐 2022년 중국 베이징대회까지 앞으로 4년의 시간이 더 남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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