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였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국가대표 노선영(29·부산콜핑)이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문장이다.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돼 혼자서 몰래 선수촌을 나왔다가 러시아 선수의 출전 무산으로 1500m 출전권을 손에 넣기까지,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누구보다 마음 고생한 노선영은 12일 오후 9시30분 1500m 경기에 출전한다.
노선영은 지난달 24일 아침 강원도 강릉 오벌(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떠나 홀로 서울에 돌아왔다. 그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혼자 몰래 나왔다”고 말했다. 출전 자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연맹의 실수가 드러나 올림픽 출전 불가 통보를 받고 4일 만이었다.
다행히 기회가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스캔들’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하면서 노선영은 1500m 출전권을 얻었다.
하지만 노선영은 극적으로 얻은 올림픽 출전에 마냥 반기지 못하고 출전을 고심했다. 그는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었기에 모든 것을 포기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이 큰 힘이 되어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노선영은 메달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500m와 3000m에서 각각 30위와 19위를 했고,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3000m에서 25위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성적으로는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선수 2명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랭킹 34위였던 노선영이 자리를 얻게 됐다.
하지만 노선영에게는 사실상 마지막인 평창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가 있다. 2016년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 때문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노진규는 어깨 골육종으로 투병하다 눈을 감았다. 국내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한 뒤 노선영은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몇분간 눈물을 흘리다가 “부모님과 하늘에 있는 동생을 위해 평창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선영이 여자 1500m에 출전하는 유일한 한국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대표팀 김보름(강원도청)도 1500m 추가 엔트리를 받았지만, 빙상연맹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여자 1500m에는 3000m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거머쥔 이레인 뷔스트와 안토이네트 드 용 등 네덜란드 선수들과 3000m에서 5위를 기록한 일본의 다카기 미호, 2015년에 1500m 세계 신기록을 세운 미국의 헤더 리처드슨 등이 출전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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