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임효준의 머리와 어깨를 누군가가 툭툭 치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2위로 들어온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였다. 크네흐트의 얼굴은 아쉬움이 아닌 웃음으로 가득했고, 자신을 제치고 세계 최강이 된 임효준에게 진심을 전했다.
임효준과 크네흐트는 1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맞붙었다. 결승에는 한국의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을 비롯해 어드밴티지를 얻은 선수까지 총 9명이 출전했다.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던 임효준과 황대헌은 경기 중반 나란히 선두권으로 치고 나왔다. 그러던 중 황대헌이 안타깝게 넘어지며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순위 다툼에서 살아남은 임효준은 역주했고 2분10초48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메달의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올림픽 정신’이 그대로 깃든 인상적인 장면도 함께 포착됐다. 그 주인공은 임효준의 뒤를 이어 경기를 끝낸 네덜란드 대표 크네흐트(29)였다.
크네흐트는 자신보다 먼저 우승 지점을 골인한 임효준의 뒤를 따르며 축하의 제스처를 취했다. 크네흐트는 양손으로 임효준의 어깨를 두드린 뒤 이어 헬멧을 툭툭 치며 축하의 표시를 했다.

사실 크네흐트는 이날 보여준 훈훈한 장면과는 반대되는 논란의 행동으로 구설에 오른 적 있다. 2014년 유럽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5000m 남자 계주에서 3위를 확정 짓고 취한 제스처 때문이다. 당시 크네흐트는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마지막 주자인 빅토르 안(안현수)에게 추월당해 1위 자리를 내줬다.
문제는 크네흐트가 빅토르 안의 등 뒤에서 중지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포착되면서 발생했다. 국제빙상연맹(ISU)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한 크네흐트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고 결국 네덜란드 팀은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이같은 크네흐트의 과거 행동이 재조명되면서 “임효준에게 건넨 축하가 마냥 훈훈하게 느껴지진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크네흐트의 실력과 스포츠맨십 모두가 성장했다는 칭찬도 있다. 임효준과 크네흐트 사이에 오간 축하가 패배를 인정하고 올림픽 축제를 즐기는 성숙한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는 뜻이다.
문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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