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게 닫힌 문틈으로도 ‘아리랑’ 선율은 흘러나왔다. 이선희의 ‘J에게’, 왁스의 ‘여정’ 등 대중가요를 열창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취재진도, 드나드는 이들을 통제하는 경찰 경비인력도 금방 노래 제목을 알아챘다.
8일 강원도 강릉시 교동 강릉아트센터에서는 공연을 앞둔 북한 예술단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만경봉 92호를 타고 방남한 이들은 전날처럼 대형 전세버스로 강릉아트센터를 찾아왔다. 다만 옷차림은 달라졌다. 전날 정복을 입었던 이들은 빨간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입구에 늘어선 시민과 취재진에게 양팔을 크게 흔들어 인사했다.
경찰은 공연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통제했다. 관람객을 위한 안내데스크도 설치됐다. 강릉 시민들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의 ‘붐업’을 위한 역사적인 공연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도보로만 진입할 수 있는 강릉아트센터 본관 주변에는 한반도기를 든 시민 1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북한 예술단이 오갈 때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다만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모(61)씨는 “운동하는 선수들만 오면 되지 교통을 통제해 가며 예술단까지 와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보수단체는 강릉아트센터 인근에서 오후 5시부터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리허설에서 흘러나온 음악 때문에 공연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남북 화합을 노래하는 단골 메뉴 ‘우리의 소원’,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할 때 흘러나올 1920년대의 ‘아리랑’이 공연 목록에 들어 있으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모란봉악단이 공연해 유명해진 ‘달려가자 미래로’ 등 북한 노래는 물론 한국 대중가요와 뮤지컬 음악까지 다양하게 준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예술단원과 지원 인력들은 음식을 배달해 가며 연습에 몰두했다. 전날 점심은 만경봉 92호로 돌아가 먹었지만 저녁 식사는 인근에서 조달했다. 강릉아트센터 인근의 한 도시락업체는 “오후 8시쯤 ‘60인분을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분주하게 도시락을 마련해 배달했더니,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입구에서 받아 가져갔다고 한다.
강릉아트센터 측은 막바지 공연 연습을 하는 북한 예술단을 위해 과자와 커피 등을 건물 안에 비치했다. 이날 강릉아트센터 쓰레기장 등에는 북한 예술단이 마시고 버린 것으로 보이는 ‘평창수’ 생수병 여러 개가 재활용 봉투에 담긴 채 발견됐다. 도시락 박스들과 초코파이 등 빈 과자봉지도 눈에 띄었다. 건물 관리인은 “평소보다 쓰레기가 많이 배출됐다”고 했다.
강릉아트센터 본관 3층에 있는 VIP 회의실에선 북한 고위인사들이 머무르며 담배를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침에 청소하러 들어갔더니 전과 달리 담배 냄새가 났고, 종이컵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강릉아트센터는 금연 건물로 지정돼 있다.
강릉=이형민 심우삼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