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데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강력 반발했다. 이 전 부회장에게 적용됐던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판단하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논리”라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5일 기자들에 입장문을 내고 “항소심 판결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실체 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반박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측의 승마 지원 관련 일부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부정청탁 무죄 판단 증거 외면한 무성의한 판결”
특검은 항소심에서 부정청탁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 데 대해 제출된 증거를 철저히 외면한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특검은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합병 등 개별 현안이 성공하면 삼성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전후 모순되는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종범 전 수석이 법정에 나와 수첩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등 수많은 증거를 무시한 채 개별현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한 과오”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하는 대가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명시적인 청탁을 하지는 않았지만 포괄적 현안(경영권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했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삼성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재판부는 “특검 주장처럼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위해 개별 현안들이 추진돼왔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부정청탁 대상으로 포괄적 현안인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고 한 원심과 특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산국외도피 무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논리”
특검은 재산국외도피 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할 의사가 아니라 뇌물을 줄 의사로 해외로 재산을 보냈다고 판단했는데, 이런 논리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특검 측은 1심과 항소심에서 삼성이 최씨 소유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독일 계좌 등에 보낸 79억원 상당의 금액이 모두 재산국외도피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삼성전자 독일 계좌에 송금된 42억원은 무죄라고 판단해 37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보낸 돈으로 산 말이나 차량을 최씨 소유로 해줄 것인지 송금 당시에는 불분명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재산국외도피 혐의의 하한선인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2심은 나머지 37억원에 대해서도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징역 5년 이상의 형량을 유지할 핵심 혐의가 사라진 셈이다. 재판부는 “코어스포츠로 송금한 돈은 피고인들이 최씨에게 뇌물로 제공한 것이고, 최씨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지배·관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뇌물을 준 것은 인정되지만 애초부터 재산을 국외로 빼돌릴 의사로 송금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 “0차 독대 없었다?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반해”
특검팀은 ‘0차 독대가 없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도 “안 전 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언, 안종범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 객관적 물증이 존재함에도 김건훈(안 전 수석 보좌진) 일지의 신빙성 부족만을 이유로 단독면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증거재판주의에 원칙에도 반한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0차 독대설 근거로 ▲안봉근 전 청와대 수석의 기억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의 메모 등을 들었다. 하지만 청와대 차량 출입 기록 등 뚜렷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안 수석 기억을 두고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만난 것을)기억 못 한다면 제가 치매일 것”이라며 강력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안봉근 전 수석 기억이 잘못 되었다”고 주장했다.
양형이유와 관련해서는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이 정경유착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강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판단은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에 참여했던 파견검사들과 변호사들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 부회장 관련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검사들은 “부끄러운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법과 상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결”이라며 “이런 행동을 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기준을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 검사는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아직도 감옥에 있지않느냐”며 “연금공단이 (승계작업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 다 드러났고,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이걸 검토했던게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수준을 낮춰본 판결 같다”라고 뉴시스에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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