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여객기 청소를 위해 기내에 들어갔던 용역회사 청소원들이 살충 소독제 때문에 집단 실신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청소 작업엔 모두 10명이 투입됐는데 출입구 쪽에 있던 4명을 제외한 6명이 쓰러졌다. 용역회사는 이 사실을 은폐하고 산재 발생도 보고하지 않았다.
2일 뉴스타파에 따르면 지난해 7월10일 새벽 용역업체 청소원들은 농약 성분의 살충 소독약을 뿌린 뒤 충분히 환기하지 않은 채로 여객기 안에 들어갔다가 5분도 되지 않아 실신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자 기내에 함께 들어와 출입구 쪽에 있던 차량 운전기사는 사무실에 있던 동료에게 전화했다. 이들은 쓰러진 청소원들을 함께 부축해 비행기 밖으로 끌고 나왔다. 청소노동자들은 실신 후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눈이 따가워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청소원들이 중독돼 쓰러진 비행기는 일반 소독과 달리 기화(氣化) 소독을 실시한 곳이었다. 기화 소독은 방역약품을 공기보다 가벼운 극 초미립자 상태로 뿌려 구석에 숨은 해충을 박멸하는 방법으로 6주마다 정기적으로, 혹은 기내에 벌레가 나왔을 때 실시한다. 대한항공은 기화 소독 매뉴얼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데 기화 소독한 비행기는 1시간 이상 밀폐시켜 방역효과를 높이고, 다시 1시간 이상 환기시켜야 한다. 기화 소독은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모든 비행기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비행시간에 쫓겨 충분한 환기 없이 청소작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용역업체 청소원들은 사전에 기화 소독의 의미나 환기 시간 등 매뉴얼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에 사고 당일 청소원들은 출입문이 닫혀 있었는데도 기내로 들어가 작업을 시작하다 실신했다.
한편 용역회사는 사고 발생 6개월이 지나도록 고용노동부에 산재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조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자·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자·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하면 한 달 안에 노동부에 보고해야 한다. 회사의 사고 은폐에 최근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은 노동부에 산재은폐로 고발했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용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해당 용역업체에게 안전교육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기화 소독 관련 정보를 작업자들이 확인 가능하도록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관련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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