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병으로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마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아내이자 엄마는 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환청이 들렸다.
“시신을 잘 보존하면 부활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치마히 지역에 사는 느넹 하티자(77)는 1년 넘게 시신 두 구와 함께 생활했다. 시신에서 나는 악취를 견디기 위해 커피 가루와 향수를 뿌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활하길 바랐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 인구 중 90%가 이슬람을 믿지만 토속신앙에서 비롯된 흑마술이나 신앙치료 같은 미신이 여전히 일상에 녹아있다.
이들이 살아날 것으로 믿었던 아내이자 엄마의 바람은 결국 주민 건강조사차 방문한 보건소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게 됐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토속신앙도 정식 종교로 인정받고 있다. 또 느넹이 고령이고 가족을 잃은 슬픔이 컸다는 점을 고려해 입건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던 토속신앙을 정식 종교로 인정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인도네시아 인구 중 90%가 이슬람을 믿는데 이 밖에 가톨릭, 개신교, 불교, 유교, 힌두교까지 6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왔다. 하지만 토속신앙은 제외됐다.
특히 신분증에 종교를 표시하게 하면서 토속신앙일 경우 공란으로 비워두게 했다. 때문에 신분증에 종교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신고나 부동산 등기조차 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불이익이 존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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