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개봉한 영화 ‘화장’(감독 임권택)은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와 젊고 매력적인 부하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로 삶과 죽음, 사랑과 번민이라는 보편적인 감정과 공감, 시대와 소통하는 감각적인 전개가 사람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열연한 안성기 씨는 “심각한 전립선비대증으로 항상 방광이 꽉 차 고통을 받는 오상무 연기를 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고 시사회에서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혹한이 한번 몰아치면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날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내원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립선비대증은 자연스런 노화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적극적 치료를 선택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생식기관으로 정액의 주성분인 전립선액을 만드는 기관이다. 밤톨만한 크기로 방광 아래에 요도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 전립선이 커지게 되는 데,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함으로써 소변 배출을 어렵게 만든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증상을 통틀어 ‘하부요로증상’이라고 하며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방광결석이 생기거나 심할 경우 신장까지 망가져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량이 줄면서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본다거나(빈뇨), 화장실을 가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소변을 보는 경우(지연뇨), 소변 줄기가 가늘거나 중간에 자주 끊기는 경우(약뇨), 밤중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는 경우(야간뇨)가 잦다면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실제로 많은 중년 남성들이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89만 4908명이던 전립선비대증 환자수가 2016년에는 112만 898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5년간 26%나 증가한 것이다. 대한비뇨의학과 학회 연구도 이 같은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7년 학회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70대의 평균 전립선 크기가 40대 보다 평균 53%이상 큰 것으로 조사됐고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전립선비대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전립선비대증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흔한 질병이 되었고 정기적인 검사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의심되면 문진, 소변검사 및 요속검사, 전립선특이항원 검사, 방광경 검사, 경직장 초음파 검사, 직장수지검사, 잔뇨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을 하고 전립성비대증의 발병 원인을 찾게 된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는 약물과 수술치료 방법이 있는 데 환자의 증상, 전립선 크기의 정도, 약물에 의한 효과 및 합병증 등을 고려하여 약물치료나 전립선 시술 및 수술방법을 선택한다.
약물치료는 전립선 및 방광경부 평활근을 이완 시켜서 전립선 요도의 압박을 감소시키는 ‘알파차단제’ 및 전립선비대증에 영향을 주는 테스토스테론과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이라는 남성 호르몬의 변환 과정에 관여해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5알파 환원요소 억제제’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중 일부 제제는 일일 요법을 시행하였을 때 전립선 비대증의 하부요로증상을 개선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을 동반한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약물치료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술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게 되는 데 ‘홀뮴 레이저 전립선 제거술(홀렙)’, ‘전립선 플라즈마 기화술(튜리스)’, ‘전립선 결찰술 (유로리프트)’ 등 다양한 시술 및 수술법이 있다.
개인마다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과 증상이 다를 뿐 아니라 건강상태, 라이프스타일, 직업 및 기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알맞은 치료방법과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전립선비대증은 적절한 치료로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고 무엇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술법이 있어 경제적 부담으로 병원 가기를 주저했다면 지금 당장 가까운 비뇨의학과를 내원해 상담 받기를 권한다. 인생에서 ‘카타르시스’(배설 쾌감)는 비단 영화나 소설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분은 아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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