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 기습적인 폭설이 내린 30일, 퇴근길 운전자들 못지 않게 내리는 눈이 반갑지 않았던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파트 경비원인데요. 드넓은 아파트 단지에 쌓인 눈을 치우는 제설작업은 고령의 경비원들에게는 힘겨운 일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원을 감축한 곳에선 그야말로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제설작업은 사실 가욋일입니다. 지난해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비원에게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본연의 업무란 감시·단속 업무인데요. 그러나 입주민들은 제설작업은 물론 택배 수령까지 경비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업무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인식에 일침을 가한 한 네티즌의 글이 온라인에서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폭설이 내린 날 서울의 어머니 집을 찾았다는 그는 그날의 단상을 “서울 폭설을 보면 우리도 갑질을 하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31일 오전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아들이 보고싶다’는 어머니를 찾아 용인에서 서울로 올라 온 네티즌은 오후 5시쯤 내리기 시작한 눈을 구경하다가 넓은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눈을 치우고 있는 경비원을 발견했다고고 합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함께 빗자루를 들고 30분 가량 제설작업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뿌듯함도 잠시 분노가 치밀었다고 합니다. 한 아파트 주민의 ‘갑질’ 때문인데요. 아파트 동 출입구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 자신이 미끄러졌다며 화를 내더라는 겁니다. ‘경비 업무 외 일을 시키는 건 부당하다’는 항의에도 ‘관리비 내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고함쳤다는데요. 네티즌은 “우리 또한 알게 모르게 그렇게 갑질을 하고 있었다”며 씁쓸해 했습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수천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제설작업은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직원의 몫입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을 이유로 경비 인력을 감축한 곳이 많다고 하는데요. 고령의 경비원들에게 업무 외 일이 가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댓글에는 “이번 폭설을 계기로 이들의 수고를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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