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거래소의 전산장애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거래소 책임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잇따라 기각했다. 국내의 가상화폐 거래가 지난해 급증하면서 일부 거래소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거나 거래 취소가 안 되는 등 전산장애를 자주 일으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 강영호 부장판사는 권모씨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권씨는 지난해 5월 가상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클래식을 100여개 사들였다. 개당 4만9000원에 팔려고 했으나 전산장애로 코빗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되면서 4만420원에 팔게 됐다. 이에 권씨는 “310여만원의 손해를 봤다”며 코빗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강 부장판사는 “권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코빗의 손을 들어줬다.
강 부장판사는 또 다른 투자자 이모씨가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도 기각했다. 이씨는 2015년 5월 코빗 서버의 문제로 자신이 사려고 하지 않았던 이더리움클래식의 매수주문이 체결돼 13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 역시 “증거가 없다”며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상화폐 투자가 늘면서 관련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상대로 이용자 640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역시 “서버 마비 사태로 손해를 입었다”며 159억52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빗썸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만 20여건이다. 최근 한 변호사는 정부의 가상화폐 투자 규제대책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내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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