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자폐 아닌 자폐

Է:2018-01-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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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원인인 경우 많아, 부모 먼저 치료해야

이호분 연세누리정신과 원장

자폐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적은 것이 특징인 질병이다. 증상이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넓게 퍼져 있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진단하는 일도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더구나 3세 이전에 양육자와의 애착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타고난 자폐증이 아니더라도 자폐와 흡사한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드러나는 행동만으로 자폐로 진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K는 만 4세 남자 아이다. 의미 있는 말을 하는 대신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운 말들, 텔레비전 광고에서 들은 말을 문장을 통째로 외워 반복하였다. 말을 할 줄 알지만 상황이나 용도에 맞게 하는 말은 거의 없었다. ‘엄마’라는 말조차 엄마를 부르는데 사용하는 적이 없었다. 자신이 요구할 것이 있을 때는 말을 하지만 묻는 말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름을 불렀을 때도 열 번에 한두 번 쳐다볼 뿐이었다. 특히 어린이집에 갔을 때는 혼자 돌아다니고 수업에 참여를 전혀 하지 않고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K 엄마는 몇 군데서 치료도 받아보고 자폐 평정 척도 검사 등으로 아이가 자폐증이라고 거의 단정하고 있는 터였다. 증상으로만 보았을 때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K는 일반적인 자폐아와 조금 달랐다. 무표정한 듯 하지만 긴장되어 있고 불안해했다. 처음 보았을 때와 두 번째 시간의 반응이 달랐다. 눈 맞춤도 많아지고 강하게 자극을 하면 까르르 웃기도 하고 놀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상대방의 눈치도 살피고 있었다.

K의 엄마는 표정 만 보아도 우울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 문제로 힘들기도 하지만 남편과의 갈등이 심했다. K의 아빠는 직장에 취업을 해도 적응을 하지 못해 프리랜서 일을 하다보니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자주 부부 싸움을 했다. 똑 부러지는 성격의 K 엄마는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남편과 갈등이 심한 엄마는 아들만은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매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도 뜻대로 되지 않자 많이 우울해졌다. 아이에게는 화를 참으려고 노력 했지만 참던 화는 한꺼번에 폭발해 아이를 심하게 때리기도 하고 고함을 치기도 하였다. 그러고 나면 죄책감에 빠져 우울은 심해지고 무기력해져 몇 주를 보내곤 하였다. 그러다가 아이가 3살, 4살이 되어갔다.

엄마의 반응이 예측되지 않으니 K는 더욱 불안했을 거다. 엄마가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엄마와 떨어졌다 다시 만났을 때 안기면서도 엄마를 외면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거나 손을 파닥거라는 행동을 보였다. 반복되는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불안을 통제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K 엄마에게 먼저 치료를 권했다. 감정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약물도 처방했다. 부부치료를 통해 부모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다. 엄마, 아빠는 아이와 노는 방법도 배웠다. 이전까지 K 엄마는 놀이를 하면서도 가르치려는 의욕이 앞서 ‘한개, 두개’ 수 개념을 가르치려고 했고,“이게 뭐야?”하는 식의 질문하며 말을 가르치려 해 놀이의 흐름을 끊어 놓곤 했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고는 여유 있게 아이의 흥미를 따라가 줄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K 엄마는 성격의 장점을 활용해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실천했다. 덕분에 아이도 이젠 많이 좋아져 엄마에게 놀아달라고 조르기도 했다며 엄마는 감격했다.

이호분(연세누리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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