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40년 전 차비를 내준 은인을 잊지 않았다

Է:2018-01-16 16:22
:2018-01-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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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즈

“늘 마음에 걸렸는데…”

경남 밀양에 살고 있는 전상구씨는 최근 일기장을 보다가 약 40년 전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아내와 함께 울릉도 여행을 갔던 1980년 8월의 일입니다.

당시 전씨는 삼척 임원항을 거쳐 울릉도로 가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높은 파도로 출항이 하루 이틀 지연되면서 예상에 없던 지출이 생겼습니다. 울릉도 여행은 무사히 마쳤지만 일정이 길어진 탓에 밀양으로 돌아갈 차비가 똑 떨어지고 말았죠.

난감했던 전씨는 출항 전까지 머물렀던 삼척 임원리의 한 여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여관 주인이었던 이원규·김도연씨 부부는 선뜻 차비를 빌려주었습니다. 전씨는 “돌아가서 바로 송금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막상 집에 와보니 주소를 적은 메모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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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기억은 마음의 빚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속절없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전씨는 최근에야 일기장에 따로 적어둔 문제의 주소를 발견했습니다. 전씨는 곧바로 임원출장소에 전화해 이씨를 수소문했습니다. 이제라도 은혜를 갚고 싶었습니다.

은인인 이씨는 이미 1994년에 작고한 뒤였습니다. 아내 김씨는 여전히 임원리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전씨는 임원1리 이장에게 그동안 사연을 담은 편지와 우체국 통상환 50만원을 보내며 김씨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씨는 편지에서 “관광지에서 많은 손님을 상대했을 그곳에 ‘역시 세상에 믿을 인간이 없구나’하는 불신을 심어드리는데 본의 아니게 일조한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까웠다”며 “미안한 마음과 함께 다시 한번 뒤늦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며칠 묵었던 인연으로 돈을 빌려 여태 값질 못하고 새삼스레 지금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액수가 얼마인지 기억에도 없지만 임원-밀양간 두 사람 교통비는 되었으니 따질 수도 없고 따져서도 안되는 저의 성의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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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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