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같습니다”
울산 중구 리버스위트 경비원 급여인상 기사를 본 한 시민이 아파트 게시판에 붙인 글이다. 리버스위트 주민들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발생한 ‘경비원 임금 인상안’을 주민투표를 통해 해결했다. 경비원 임금을 올리는 대신 관리비를 9000원정도 더 내기로 했다.
세종시 도담동 한 아파트에도 “입주자 여러분, 깊은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새롭고 거듭나는 마음을 갖고 근무하게 됨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이 붙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해고 위기를 넘긴 경비원들이 건물 엘리베이터에 써 붙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 4명을 2명으로 줄이려 했으나 주민들이 투표에서 부결시킨 바 있다.
◇모처럼 만난 경비원 향한 배려…곳곳에서 미담
현재 ‘경비원과 상생’을 택한 입주민 미담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경비원 해고가 우려된 가운데 모처럼 들려온 따뜻한 소식이다.
15일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한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휴게시간은 유지하면서 급여는 155만원에서 181만원으로 16.8% 인상했다. 강북구 번동 한 아파트도 휴게시간을 늘리지 않고 경비원 임금을 16.2% 올렸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14명을 해고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가 주민들 반발로 동대표 회의가 열려 무산됐다.
인천시 서구 한 아파트 역시 최근 경비원 14명과 청소원 4명에 휴게시간을 늘리지 않고 급여를 인상했다. 지난해 10월 CCTV를 활용해 경비원 수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주민회의에서 무산된 바 있다.
◇휴게시간 늘리거나 해고…편법도 만만찮아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휴가를 쓰게 하는 방식으로 임금 상승분을 줄이거나 아예 해고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일부 아파트들은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휴가를 쓰게 하는 방식을 사용해 월급을 190만원 미만으로 맞추고 있다. 월급 190만원이 넘으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비원 월급이 190만원을 넘지 않는 아파트에 최대 13만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월 13만원은 최저임금 상승률(16.4%)에서 5년간 평균 임금상승률(7.4%)을 제외하고 책정된 지원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광주지역 아파트단지 두 곳에서는 경비원 절반가량이 실직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15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관할지역 아파트단지 800여 곳 입주민 대표에게 청장 명의로 경비·청소 근로자 고용 유지를 호소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광주노동청은 “경비원과 청소원은 고령자에게 생애 마지막이자 소중한 일자리”라고 호소했다.
◇앞장서는 정부, “경비원 부당해고 방지 노력할 것”
서울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경비원 부당해고를 방지하고 일자리 지키기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근로복지공단은 17~18일에 걸쳐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설명회’를 열고 입주민과 경비노동자 상생 사례를 적극 소개할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경비원과 주민이 상생한 모범사례 아파트를 찾아 감사인사를 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이날 인천 서구 가좌동 진주2단지아파트를 방문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강조했다.
앞서 8일 문재인 대통령 역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언급하며 “아파트 경비원, 청소업무 종사자 등 고용취약계층 고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점검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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