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웹디자이너 김모 씨(39·여)는 최근 임신계획을 위해 ‘난소나이검사’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산전검사로 웨딩검진 등 단순 건강검진, 자궁근종 초음파 정도를 생각하지만 최근 장기적인 여성건강 관리를 위해 ‘난소나이검사’를 고려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난소는 난자를 만들고 에스트로겐 등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생식기관으로 자궁 좌우에 1개씩 있다. 여성 신체 중 노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기관이다. 나이가 들수록 난소기능이 저하돼 가임력이 떨어지고, 이후에는 갱년기증후군이 나타난다.
이렇다보니 안전한 고령임신을 계획하거나, 갱년기 이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좀더 건강한 삶을 위해 난소나이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하정 원장(산부인과 전문의)는 “난소기능을 측정하는 지표는 AMH(Anti-Mullerian Hormone, 항뮬러관호르몬)”라며 “AMH는 난소 속 미성숙난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해당 수치가 높으면 난소 안에 배란될 난포들이 많다는 의미이며, 낮은 경우 배란될 난포가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소나이는 반드시 신체나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이라도 AMH 수치가 제각각이고 원시난포 경우 10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어 한번쯤 받아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AMH수치는 간단한 채혈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생리주기에 상관없이 검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폐경 여부 진단에서 우수한 정확도를 보인다. 초음파검사를 병행하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단 50세 전후에 가까워질수록 측정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평균적으로 20대 여성은 AMH 4~5, 35세 이상은 3.0이하, 40대에는 1.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AMH 0.5~1은 폐경이행기, AMH 0.5이하인 경우 완경으로 본다. 6점대 이상이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검사결과를 통해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배란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갱년기에 대비하는 여성은 난소가 일을 끝낼 시점을 미리 파악해 호르몬치료 등 갱년기증후군 관리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한국여성의 폐경은 보통 45~55세, 평균 50세에 나타난다. 이 무렵 나타나는 갱년기증후군은 안면홍조, 발한, 심한 기분변화, 우울감 등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갱년기증후군이 나타나기 전 미리 관리하면 좀더 편안하게 이 시기를 보낼 수 있다.
난소나이검사는 특히 젊은 가임기 여성의 조기난소부전을 찾아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조기난소부전은 난소기능이 떨어져 40세 이하 젊은나이에 생리주기가 불안정하거나 월경이 멎는 것으로 속칭 ‘조기폐경’이라 불리기도 한다. 30대는 100명 중 1명에서, 20대는 1000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하정 원장은 “조기난소부전은 보통 특발성이고, 치료받으면 회복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진행 속도가 점점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고 전조증상을 보이는 만큼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빨리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월경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유 없이 월경을 3개월 이상 정지됐다면 검사받는 게 좋다.
이어서 김 원장은 “요즘엔 유전문제뿐만 아니라 호르몬밸런스가 깨지며 조기난소부전을 겪는 여성도 적잖다”며 “대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자궁 간 호르몬 밸런스가 깨지며 나타난다”고 말했다.
가령 무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심한 운동, 종양 등 시상하부 기능저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항암치료, 방사선요법, 자궁수술 등 부인과수술을 받은 뒤 난포수가 빨리 감소해 난소 기능이 손상되는 과정에서 조기폐경이 유발될 수도 있다.
또한 김하정 원장은 “난소는 월경, 임신, 폐경, 갱년기증후군 등 여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기관”이라며 “평소 난소건강에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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