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사는 한 70대 노모(老母)가 3남1녀 자식들에게 남긴 유서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난소암으로 1년 가량 투병하던 나모(78)씨는 암말기 진단을 받고, 자식들 몰래 유서를 작성했다. 나씨는 이달 중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14줄짜리 유서 한 장에는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꾹꾹 담겨있었다.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애틋한 자식사랑에 유서가 공개된 장례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노모는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라고 운을 뗐다.
노모는 자식들의 어렸을 때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라며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라고 자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노모는 그러면서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라며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고,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40대 초반, 시청 공무원이던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35년 동안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이어 노모는 맏딸과 세 아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그는 "딸 아이야, 맏며느리, 맏딸 노릇 버거웠지? 큰 애야, 맏이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 일찍 어미곁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라며 등을 두드리듯 위로했다.
노모는 마지막으로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 12월 엄마가”라며 글을 맺었다.
지난 19일 치러진 장례식에 참석한 한 지인은 "자녀들이 유서를 읽는 동안,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어머니의 한없는 자식사랑, 희생적인 삶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세상의 그 어떤 시보다고 아름다웠고, 효에 대해서, 병들고 나이든 부모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커다란 교훈"이며 "위대한 어머니이자, 참으로 지혜로우신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장례식 후 전남 함평군 대동면 선산에, 먼저 떠난 남편의 묘소 옆에서 영면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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