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제천에서 일어난 화재로 2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 현장 인근에 불법주차된 차량들이 소방차 진입을 막아 화재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사례가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소방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소방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천 화재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3년 전 미국 보스턴 화재 현장에서 찍
힌 사진이 이슈가 됐다. 해당 사진은 보스턴의 사진작가 마크 가펑클이 2014년 4월에 찍은 것으로 소화전 호스가 바로 옆에 주차된 차량을 관통해 있다.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화전과 호스를 연결할 수 없자, 소방관들이 해당 차량의 창문을 깬 것이다. 가펑클은 “오늘밤 보스턴에서 일어났던 화재현장, 소화전 앞에 있던 새 BMW가 어떻게 됐는지 보라”고 썼다.
See what happens to newer BMW parked at a hydrant during @BostonFire 8 alarm fire tonight. My photo @bostonherald pic.twitter.com/UzYFzW3LWM
— Mark Garfinkel (@pictureboston) 2014년 4월 10일
캐나다에서 소방차가 불법주차된 차량의 범퍼를 부수고 가는 영상도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은 2014년 10월에 올라온 것으로 캐나다 올드 몬트리올 거리에서 촬영됐다. 건물 옥상에서 일어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차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오지만, 경찰차와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진입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소방차는 경찰차를 뒤에서 밀며 공간을 확보한 뒤, 앞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주차돼 있던 한 차량의 범퍼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등은 소방차의 출동로 확보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소방차 전용 구간을 지정한 뒤, 이 구간에 불법으로 주정차한 차량을 발견할 경우 높은 범칙금을 물게 한다. 미국은 아예 민간업체에게 단속을 맡겨 불법 주정차 차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본은 8분 이내 현장 도착을 목표로 한다. 상습 교통체증 지역에 무인카메라를 24시간 돌려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한다.
한국은 어떨까. 현행 소방기본법 제25조에 따르면 소방관은 소방차의 통행이나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 혹은 물건을 제거하거나 옮길 수 있다. 여기서 생긴 손실은 시·도지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물적 파손이 불가피했음을 소방관이 직접 입증해야만 보상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소방관들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손해를 배상하는 경우도 많다.
앞서 보스턴 화재 현장에서 앞유리가 파손된 차량의 주인이 배상은커녕 주차위반 스티커와 함께 소방활동로를 막은 책임으로 100달러의 범칙금을 내야 했던 것과는 대조작이다. 한국의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기물 파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9개월 전 이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방차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곳을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불법 주정차 차량에 범칙금과 과태료 2배를 부과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9개월 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승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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