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홍준표 검사는 조작된 허상. 선물용 명품칼을 조폭 횟칼이라고 날조.

Է:2017-12-06 18:23
:2018-01-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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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64.5%의 경이적 시청률을 기록한 TV드라마 ‘모래시계’ 영웅담의 진위가 법원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검사 출신으로 평소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해온 자칭 ‘홍카콜라’ 자유한국당 홍준표(64)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홍 대표와 동갑내기인 논란의 당사자는 홍 대표가 검사시절 공명심과 권력욕에 눈 멀어 영웅담은 물론이고 폭력조직 사건을 날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대표는 1990년대 역대급 화제를 모은 드라마에서 시련과 고초를 뚫고 친구가 두목인 폭력조직을 발본색원해 끝내 정의를 실현하는 검사 ‘우석’(탈렌트 박상원 분)의 실제 모델로 알려졌다. 그는 한때 ‘국민검사’라는 애칭을 받았다.

광주고법은 6일 “4년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지난 1996년초까지 복역한 여운환(64)씨가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 청구로 불거진 여씨와 홍 대표의 악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에서 근무지를 옮긴 홍준표 검사가 일하던 서울지검은 당시 슬롯머신 대부로 불렸던 정덕진의 정‧관계 배후를 밝혀내는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암초’를 만난다. 전․현직 검찰 간부 등 유력인사들이 정씨의 슬롯머신 지분을 넘겨받아 ‘검은 돈’을 몰래 챙겨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스스로 제 살을 도려내야 하는 한계상황에 처한 검찰은 뜻밖의 사건에 직면해 다시 좌고우면하게 된다.

지분 소유 검찰간부로 의심 받던 광주지검 최인주(당시 44세‧광주 우산동 현대아파트) 사건과장이 1993년 5월 16일 새벽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지금은 전남 순천시로 행정구역이 개편된 승주군 송광면 봉산리 곡천교에서 그는 세상을 등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압박감에 시달린 최 과장은 인근 산속에서 소주 2~3병을 혼자 마신 뒤 수심 10m의 주암호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촉망받던 한 검찰간부의 예상치 못한 자살사건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최씨는 투신 직전 다리 위에 벗어놓은 양복 상의에 마지막 ‘고해성사’를 담은 유서를 남겼다.

“1989년 전남 목포 백제호텔 운영자 여운환의 권유로 1억1500만원을 투자해 호텔 슬롯머신 지분 5%를 넘겨받았다. 94년 계약을 해지할 때까지 5년여간 매달 340여만 원을 수익금으로 배당받았다. 공직자로서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점을 죽음으로 용서받고자 한다”.

당시 최 과장이 월급처럼 꼬박꼬박 챙긴 340여만 원은 현재 금전가치로 따지면 1000만원이 넘는 적잖은 금액이다.

술기운 탓인지 16절지 7장에 낙서처럼 휘갈겨 쓴 그의 유서에는 슬롯머신 지분을 넘겨받은 구체적 경위와 “생활비 걱정을 덜고 공직생활에 충실할 수 있다”는 달콤한 꼬임에 빠져 검찰간부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배어 있었다.

최 과장은 이 유서에서 당시 서울지검 검사로 슬롯머신 사건을 맡고 있던 홍 대표에게 모든 것을 잘 정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제는 자살한 최 과장이 유서에서 ‘조직폭력배인 줄 미처 몰랐다’고 언급한 여씨를 검사시절의 홍 대표가 광주지검에 근무하면서 ‘조직폭력배와의 전쟁’ 차원에서 구속했다는 점.

홍 대표는 1992년 1월 여씨를 호남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 두목으로 지목하고 구속 기소해 언론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씨는 재판과정에서 조직폭력배 두목이 아닌 자금책으로 혐의가 낮춰졌고 징역 4년이 선고돼 만기복역을 마쳤다.

오래지 않아 여씨와 홍 대표가 얽힌 일화는 줄거리가 각색된 드라마 ‘모래시계’로 제작됐다.

정의파 검사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홍 대표는 일약 ‘모래시계 검사'로 스타덤에 올랐고 4선 국회의원과 경남지사, 대권후보 등으로 그동안 출세가도를 달리는 밑천이자 배경이 됐다.

하지만 ‘무죄’라는 소신을 고수해온 여씨는 출소 이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당시 자신을 구속한 수사검사인 홍 대표가 지능적 ‘언론플레이’을 펼쳤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억울함을 주변에 줄기차게 호소해왔다.

“개당 10만원 안팎의 독일제 명품 주방용 칼세트를 가까운 친구가 운영하는 수입품 가게에서 100여개 샀다. 그 물건들을 추석선물용으로 지인들에게 돌렸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이름까지 비슷한 본인의 주치의 ‘홍O표’에게 가야할 식칼이 아파트 경비원의 단순한 착오로 홍 대표에게 잘못 배달됐다. 뚜렷한 ‘수사 성과’에 목말라하던 당시 홍 검사는 이를 직속상관인 검사장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해 나를 잡아넣었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사동일체 원칙까지 깬 것이다. ‘조직폭력배 두목이 검사 집에 칼을 보내 협박했다’는 식이다. 건실한 사업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홍 검사의 출세욕에 많은 것을 잃었다”.

여씨는 이 같은 요지의 항변을 자주 쏟아냈고 2014년 4월16일에는 홍 대표와 얽힌 사연을 담은 ‘모래시계에 갇힌 시간’이라는 이색적 책까지 냈다. 더 나아가 경남지사이던 홍 대표에게 흑백을 따지자는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씨의 책은 같은 날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세상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

당초 여씨가 쌍둥이칼을 전달하려고 했던 주치의 홍O표씨는 나중에 모 대학병원장을 지냈다.

홍 대표는 아직 이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초년병 검사시절 여씨를 구속할 당시 투신자살한 광주지검 최 사건과장 등 슬롯머신의 ‘배후세력’ 명단이 적힌 편지를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씨가 홍 대표에게 잘못 배달됐다고 기억하는 추석 선물은 독일 헨켈사의 일명 ‘쌍둥이칼’이다. 여씨는 검사를 협박할 사람이 명함까지 붙여 동시다발적으로 100여 곳에 같은 선물을 돌렸겠느냐고 반문한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재심 청구라는 방식으로 회심의 반격에 나선 여씨와 그에 의해 ‘조작된 영웅’으로 내몰린 ‘쾌도난마’의 명수 홍 대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과정 등에서 자신을 대통령감으로 포장하는 데 ‘모래시계 검사’라는 사실을 수시로 활용해왔다.

홍 대표가 ‘식칼’을 빌미로 검사 시절 구속 기소한 여씨는 현재 광주광역시 광산구 대형예식장과 아파트 도난방지시스템 공급업체 등을 운영 중이다.

여씨는 자신이 구속될 때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폭력조직 국제PJ파 박모 조직원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조서’가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는 점을 재심 청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신문을 하기 전에 이뤄진 증인신문은 근거 없는 심증을 갖게 한다’는 이유로 지난 1996년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여씨는 이날 “지금까지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 것은 수사, 공판기록 등 자료가 폐기된 줄 알았기 때문”이라며 “올 7월 우연히 아는 법조인을 통해 광주지검에 기록이 천만다행으로 영구보관 중인 사실을 알고 관련자료를 열람 복사한 뒤 법률적 검토를 거쳐 재심 청구를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래전 재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문서와 자료를 찾기 위해 검찰 기록보관소를 수차례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서 자동 폐기됐다는 답변이 돌아와 재심으로는 진실을 밝힐 수 없겠구나 한동안 낙담했었습니다. 폭력배에게 횟칼로 협박받고 아들을 납치하려고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을 퍼뜨린 홍 검사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여씨는 “선물용 명품칼을 조직폭력배들이 영화에서나 사용하는 살벌한 횟칼로 변질시킨 홍 대표의 수준낮은 자작극으로 평온한 삶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조직폭력배라는 선입견과 오해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암울한 시대상을 그린 ‘모래시계’는 1995년 1월부터 2월까지 주4회 편성돼 24부작으로 방영된 SBS 개국 기념 드라마.

2013년 타계한 김종학 프로듀서와 송지나 작가의 합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금기로 여겨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5공화국의 삼청교육대, YH사건 등을 직‧간접적으로 묘사했다.

조폭 두목인 주인공 태수(탈렌트 최민수 분)가 드라마 최종회에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검사이자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인 검사 우석에게 ‘나..지금 떨고 있니?’라고 한 대사는 종영 이후에도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뮤지컬로 제작돼 지난 5일부터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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