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보다 무서운건 재수라서 지진이 나도 끝까지 시험볼래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이 열린 22일 포항 남구에 있는 포스코교육재단 체육관. 이날 예비소집에 참석한 수험생들은 새로운 시험장과 시험실을 확인하면서도 긴장감과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주에 이어서 두 번째다.
이날 학교 측은 수능시험 부정행위보다 응시 유의사항 안내에 그쳤던 지진 발생 시 단계별 행동요령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모두 모이자 종이로 된 ‘포항지역 수험생 유의사항 안내문’을 나눠줬다.
입실시간 이후 지진의 체감 정도에 따른 수험생의 상황별 조치계획과 행동요령이 담겨 있었다.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배한우 포항제철고 교장은 “지진 발생 시 모든 시험장에 배치된 담당 책임관과 교육청 협력관, 소방관 등이 단계별 대처법을 신속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감독관 지시에 따라 행동해 달라”고 지진 대응 방법을 알렸다.
학생들을 따라 온 학부모들도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한 수험생은 ‘혹시 지진이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헬멧을 쓰고 예비소집장에 나타나 동료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포항제철고에서 만난 송가영(19·여)양은 “지진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 커 시험을 잘 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내일이면 시험이 끝나지만 낡은 건물에 대한 불안함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변경된 고사장에 대해 불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수험생 손청호(19) 군은 “지난 16일 수능날 아침에도 지진이 발생했는데 또 날까봐 무섭다”며 “고사장이 갑작스럽게 또다시 바뀐다고 하니 지진 걱정에 고사장 걱정까지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부가 마련한 지진 대처 매뉴얼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여진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수험생 이상률(19) 군은 “감독관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하는데 강한 지진이 나면 솔직히 바로 뛰쳐나가야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면서 “그런데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하니 듣긴 들어야 할 것 같고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수험생 자녀와 함께 예비소집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제발 큰 일이 없기만 간절히 기도할 뿐”이라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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